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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형민 기자] 정웅석 한국형사소송법학회장(서경대 교수)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을 조목조목 비판하며 "국가 형사사법체계가 이렇게 허술해도 되는 것인가. 범죄자만 살맛 나는 세상"이라고 일갈했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정 교수는 자신의 사회망서비스(SNS)에 이 같은 글을 올렸다.
그는 우선 현행 검찰청법 제4조 1항 1호을 고친 내용을 문제 삼았다. 조항에 따르면, 검사는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범죄·대형참사 등 6대 범죄와 경찰공무원이 범한 범죄, 경찰이 송치한 범죄 사건과 직접 관련성이 있는 범죄를 직접 수사할 수 있다.
하지만 개정안은 이를 모두 삭제하고 검사 직무범위에서 "수사는 제외한다"고 못 박았다. 단, 조항을 신설해 경찰공무원과 공수처 소속 공무원의 '직무에 관한 범죄'는 검사가 직접 수사할 수 있게 했다.
이에 대해 정 교수는 검사의 '직접 영장 청구권'을 없애 실질적 수사가 어렵다고 봤다. 그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에서는 '사법경찰관'이 영장을 신청한 경우에만 검사가 판사에게 영장을 청구할 수 있다고 돼 있다"며 "강제수사의 주도권이 경찰에 있는데 수사 초기 단계에 어떻게 경찰을 수사할 수 있겠는가. 아마 '경찰 직무범죄의 인정 여부'에 관해 검사와 경찰 간 공방만 오갈 것"이라고 했다.
"수사는 사법경찰관의 직무"라고 명시한 개정안 내용도 부작용이 있을 것으로 지적했다. 개정 내용대로라면 범죄 혐의가 있는 경찰관을 수사하는 검사는 '사법경찰관'으로 간주된다. 이를 두고 정 교수는 "그 검사는 그럼 누구에게 영장을 청구할 것인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검사가 사법경찰관에게 변사자 검시를 명령할 수 있다고 규정한 형사소송법 제222조를 "요구할 수 있다"로 바꾼 점도 주목했다. 불법 체포나 감금이 있을 경우 검사의 의무를 다룬 제198조의2 역시 "석방하거나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것을 명해야 한다"가 "석방을 요구할 수 있다"로 변경됐다. 명령이 아닌 요구라고 적시하면서 경찰이 따르지 않을 수 있게 했다.
정 교수는 "더는 1987년 고(故) 박종철 고문치사사건 같은 경찰의 가혹행위를 밝히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고 평가했다. 영화 '1987'에도 소개된 박종철 고문치사사건 당시 검찰이 변사지휘 권한을 행사해 경찰의 사건 조작과 은폐 시도를 막았다.
경찰이 관할을 넘어 수사하는 경우 지방검찰청 검사장이나 지청장에게 보고하도록 규정된 형사소송법 제210조는 보고가 아닌, 통지하도록 바꿨다. 사실상 통제 장치가 사라진 셈이므로 '기획수사' 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그는 지적했다.
개정안은 법조문에서 '검찰'을 핀셋으로 골라낸 것처럼 '사법경찰관'으로 대체하거나 모두 지워 70여년 이어져 온 형사사법체계 곳곳에 공백을 만들 수밖에 없다고 정 교수는 설명했다.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부터 문제가 있을 것으로 봤다. 현재는 영장실질심사에 검사와 변호인이 출석해 의견을 진술할 수 있게 돼 있는데 개정안은 여기에 사법경찰관을 추가했다.
정 교수는 "사법경찰관이 상대방 측 변호사와 사실관계·법리 공방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부패 및 경제범죄 등의 경우 상대방은 최고 로펌의 변호사를 선임할 것인데, 상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범죄자와 로펌 좋은 일 하게 생겼다"고 했다.
피의자를 기소할 경우 검사가 제1회 공판기일 전 참고인 증인 신문을 재판부에 청구할 수 있게 한 조항은 "사법경찰관의 신청에 의하여"라는 단서 조항이 붙었다. 정 교수는 이를 '코미디'라면서 "사실상 경찰에게 공소 유지 기능까지 맡긴다는 점에서 어느 나라에도 없는 입법"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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