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투비의 '알과장' 캐릭터
포스코그룹의 기업소모성자재(MRO) 전문기업 ‘엔투비’에는 취미가 야근, 특기는 반복적인 PC 업무, 좌우명은 연중무휴인 직원이 있다.
이 직원의 이름은 ‘알(R)과장’이다. 알과장은 기업이 로봇기반 업무자동화(RPA·Robotic Process Automation) 기술을 도입한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그동안 사람이 수작업으로 반복 처리했던 PC 사무 업무를 로봇을 통해 자동화한 것이다. 해당 기술 제조사는 루마니아 출신 기업가가 설립한 RPA 전문기업 유아이패스(UiPath)다.
2019년 8월에 알대리로 입사한 그는 업무 성과를 인정받아 3년 만에 과장으로 승진했다. 엔투비는 사내 공모를 통해 RPA에 적합한 업무를 조사하는 방식으로 로봇 직원 채용을 단계적으로 늘려왔다. 이제 알과장 곁에 알대리, 알주임, 알사원, 재고알리미 등 4명(대)의 동료 직원이 더 생겼다.
엔투비가 운영 중인 RPA룸
지난 12일 알과장이 일하는 서울 삼성동 엔투비 본사를 방문했다. 외부인 출입이 통제되는 RPA룸에는 5개의 PC 모니터가 있다. 화면 속을 들여다보니 마우스 커서가 쉴 새 없이 이동하면서 업무를 처리하거나 데이터 문서를 작성하고 있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로봇 직원들이 ‘열일’하고 있는 것이다. 사족보행을 하는 로봇이나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로봇팔은 없었다. 하지만 이들은 업무처리 시간을 연간 약 1만1000시간 감축하며, 5명 이상의 몫을 하고 있었다. 고객사 세금계산서 발급, 입찰·주문관리, 물품 검수 알림 기능 등 20여개 유형의 업무가 이들의 일이다.
로봇 직원을 처음 도입할 때 직원들의 거부감이 없었던 건 아니다. 사람이 하는 일을 대신하는 만큼 일부에선 ‘내 자리를 위협하는 것 아니냐’는 경계심도 있었다. 회사는 인건비 절감보다는 고부가가치 업무 중심으로 직원들의 역량을 강화하자는 데 목적을 뒀고 그것을 직원들에게 이해시켜 나갔다. 의사 결정이 필요하지 않지만 많은 시간이 걸리는 단순·반복 업무에 알과장이 투입됐다.
회사는 로봇 직원을 마치 사람처럼 의인화하는 방식으로 친밀감을 높였다. 사내 설문조사를 벌여 로봇 직원의 이름을 지었다. ‘펭수’와 같은 친근한 캐릭터를 만들면서 거부감을 줄여나갔다.
이교동 엔투비 정보전략섹션 리더는 "알과장은 입사하면서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선배님들의 업무를 도와드리겠다’는 내용으로 입사 신고를 했다"며 "그 후에도 사내 메신저를 통해 업무에 필요한 메시지를 전송하는 방식으로 스킨십을 늘려나갔다"고 말했다. 사보를 통해 알과장을 홍보했더니 다른 포스코 계열사와 대기업으로부터 벤치마킹을 위한 문의가 쇄도했다. 지난해 12월에는 RPA 도입 성과 등을 인정받아 ‘대한민국 디지털 경영혁신 대상’에서 유통 플랫폼 부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상까지 받았다.
RPA 기술은 그동안 국내 기업들이 ‘반짝’ 도입했다가 유야무야되는 경우도 많았다. 이에 대해 이 리더는 "직원들의 참여와 긍정적인 인식, 경영진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며 "로봇 직원 채용을 일부 사업부서가 아닌 전사 차원에서 진행하며 업무 시스템 변화를 꾸준히 관리해온 점이 성공 요인"이라고 했다. 엔투비는 올해에도 로봇 직원을 2명가량 추가 채용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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