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 한달]'5G급 속도' 인수위, 비전은 아직…

출범 28일만에 내각 인선 마무리, '경제 회복' 최우선 전략 의지에도 정책 각인 한계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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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 유례없는 정권 교체 속도전이 펼쳐지고 있다. 대선이 끝난 뒤 단 9일만에 가동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는 2000년대 들어 인수위를 가동한 역대 정권 가운데 국무총리 후보자 지명과 1기 내각 구성을 가장 빠르게 마무리했다. 하지만 빠른 속도와 달리 소통은 미흡했고 정부 비전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왔다. 윤 당선인은 15일 "인수위 출근 한 달이 지났다"며 "초심을 갖고 업무에 임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윤 당선인이 새 정부 내각 구성을 마무리하는데 사용한 시간은 불과 28일이다. 앞서 인수위를 운영한 노무현·이명박·박근혜 정부 모두 40~50일 정도 시간이 걸렸던 점을 비교하면 절반에 불과했다. 대통령과 함께 국정운영을 총괄할 국무총리 후보자 지명도 빨랐다. 윤 당선인이 한덕수 후보자를 지명한 것은 인수위 출범 불과 17일만으로 박근혜 정부 당시에는 초대 국무총리를 한 달 넘게 고민해 지명했음에도 조기 낙마 사태를 겪은 바 있다.

인수위 내부에서는 윤 당선인의 속도전은 ‘경제 회복’을 위한 최우선 전략으로 해석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민생 경제가 무너지고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 물가 급등 등 경제 불안 요소를 새 정부 출범과 함께 빠르게 컨트롤해야한다는 윤 당선인의 의지가 반영될 결과라는 얘기다.


하지만 인수위 출범 직후 불거진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과 신구 권력 갈등으로 속도전의 결과는 무색하다. 이어진 내각 인선 발표와 안철수 인수위원장과의 불협까지 연거푸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갈등도 발생했다. 무엇보다 윤 당선인은 "청와대에는 절대 들어가지 않겠다"며 "용산 이전에 신속히 결정을 내리고 추진하는 것이 옳다고 판단된다"고 못 박으며 정면돌파를 선택, 비전과 정책을 각인시키는데 한계를 드러냈다. 이같은 기조는 내각 구성 과정에서 더 뚜렷해졌다. 지역 안배와 여성 할당을 거부하고 실력과 전문성만을 내세워 ‘서오남’(서울대 출신 50대 남성) 구성을 매듭지었다.


이렇다보니 인수위가 부처별 업무보고를 세밀하게 받은 뒤 국정과제를 추리는 작업에 착수했음에도 국정상황 파악, 정책효과 인지, 명확한 국정목표 설정 등의 움직임은 드러나지 않고 있다. "이렇게 잡음이 적은 인수위는 없었다"는 안 위원장의 자신감 뒤에 되레 확실한 비전이나 정책이 보이지 않는다는 평도 잇따르는 이유다.

여소야대라는 국회의 변수가 큰 영향을 미쳤지만 정부조직법 개정과 여성가족부 폐지 등에 속도조절에 나서며 국정 기대감을 떨어뜨리기도 했다. 특히 정권교체의 기반이 된 부동산 대책에 대한 새 정부의 로드맵은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최근 인수위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1년 배제’라는 현안 대응에 나선 것을 제외하고는 꼬일대로 꼬여 뒤죽박죽 엉킨 부동산 세제를 풀어갈 방향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윤 당선인이 1호 공약으로 내건 50조 손실보상 추경 편성도 최근 계속되는 물가 상승으로 딜레마에 빠졌다. 지출 구조조정을 더해도 마련할 수 있는 재원이 턱없이 부족해 추경을 위한 적자 국채 발행이 불가피하다. 더욱이 적자 국채 발행으로 시중 유동성이 늘어나면 화폐 가치가 하락해 물가는 더 치솟을 수밖에 없다.


정치권과 언론의 계속되는 지적에 인수위는 남은 활동 기간에는 국정과제를 포함, 정책 전환에 대한 인수위의 입장을 바로 공개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각 분과별로 정책 재검토에 대한 방향 등을 직접 발표하는 자리도 갖기로 했다. 인수위 핵심 관계자는 "국정과제 선정이 마무리되는 과정으로 중장기 국정운영에 맞춰 이를 분류하는 작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며 "새 정부가 민생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는 메시지를 국민들에게 줄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수위 한달]'5G급 속도' 인수위, 비전은 아직…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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