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하노이에 있는 베트남투자개발은행(BIDV) 본점 전경(제공=하나금융지주)
[아시아경제 이민우 기자] "지분투자 후 함께 성장하는 방식이 주효했죠."
하나은행의 베트남투자개발은행(BIDV) 지분투자 이후 현지 사업을 도맡고 있는 유제봉 파견 이사의 말이다. 각종 전략적 조언을 통해 BIDV가 함께 성장하면서 지분 투자 수익은 물론 하나은행 현지 지점과의 시너지효과까지 누릴 수 있었다는 것이다.
유 이사는 15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같이 설명했다. 앞서 하나은행은 2019년 11월 베트남 최고(最古) 은행인 BIDV의 지분 15%를 1조원 가량에 사들였다. 국내 은행의 해외 투자 사상 최대 규모였다. 투자 직후 코로나19가 번지면서 세계 경제가 휘청였지만 BIDV는 흔들리지 않고 나아갔다. 하나은행의 전문 인력들이 파견돼 각종 경험과 전략을 공유하면서 함께 성장한 것이다.
하나금융지주 신남방·신북방 담당 부사장 출신인 유 이사는 "BIDV와 업무협약을 체결 후 현재 10명이 파견 나와있다"며 “재무, 전략, 리테일, 리스크, 디지털, IT, 영업, 영업지원 등 각 분야에서 서로 각자대표라는 사명감을 갖고 BIDV의 성장을 위해 힘썼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기업 대출에 치우쳤던 BIDV는 하나은행의 소비자금융 경험을 전수 받아 개인 대출 자산 비중을 3년 새 38% 늘리고 수수료 수익도 두 배 넘게 증가시켰다. 지난해 순이익은 전년 대비 40% 이상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은행에도 큰 이득이다. 지난해 BIDV 관련 이익은 1201억원(지분법 이익)으로 지난해 전체 해외법인 이익 5185억원의 23.2%에 해당하는 규모다. 주가 상승에 따른 평가차익도 상당하다. 하나은행은 BIDV 지분을 주당 2만6747동(약 1330원, 배당락 고려한 주가)에 사들였다. BIDV의 주가는 지난 1월25일 4만9000동까지 치솟았다. 전날 기준 4만500동으로 내려왔음에도 수익률은 50%를 웃돈다.
현지 지점과의 시너지 효과도 상당하다. 유 이사는 “현지 은행들은 달러화 대출에 대한 재원이 약한 반면 하나은행의 현지 지점은 달러 대출 위주다”라며 “베트남 동화(貨) 대출은 자금 조달이 어렵거나 비용이 많이 들어 어려운 측면이 있는데 하나은행 지점과 BIDV가 협업을 함으로써 두 통화의 약점을 보완, 고객 입장에서는 최고의 조합이 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은행 현지 지점은 대출 한도가 제한된 점이 문제지만 자본이 충분한 BIDV는 우량 대출 고객 확보가 관건이었던 만큼 이 둘을 연계하면서 얻는 효과가 컸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BIDV의 미래를 함께 설계하고 있다. 조직 개편을 꾸준히 단행하면서 신속한 의사결정 구조를 안착시키는 한편 모바일, 디지털 뱅킹 등을 노리면서 차세대IT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국내 은행의 경험을 이어받아 금융 리스크 관리 제도도 상당 부분 개선시켰다.
유 이사는 베트남이 아직까지 금융침투율이 낮은 국가인 만큼 향후 협업을 통해 BIDV와 하나은행이 더욱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는 “인구도 많고 국토도 길게 늘어져 있기 때문에 금융침투율 자체가 35~40% 수준”이라며 “특히 아직 개인신용평가, 개인 신원확인 등의 시스템이 아직 미비한 만큼 이 부분에서 제도와 인프라 모두 개선된다면 성장할 여력이 충분하다”고 내다봤다.
하나은행 입장에서도 단순히 현지 지점을 늘리는 것보다는 현지 시장 선두 업체를 성장시키고 함께 협업하는 것이 더욱 효율적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 이사는 “기존의 하나은행 방식을 갖고 현지에 진출해 안착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며 “현지 시장 속 강자들의 전략적 투자자가 돼 그들의 점유율과 영향력을 함께 공유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도 주효한 방법이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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