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퇴임 기자회견 생략한 '소통 대통령'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손석희 전 앵커와 대담을 갖는다. 퇴임 마지막 기자회견을 특정 언론인과의 만남으로 대신한 것이다. 지난 1월 예정됐던 신년 기자회견이 취소된 이후, 문 대통령의 퇴임 기자회견을 기대했던 청와대 출입기자로서 아쉬움은 크다. 아무리 손 전 앵커가 ‘저널리즘 입장에서 질문할 것’이라고 하더라도, 여러 명의 기자들과 진행하는 기자회견보다는 질문의 다양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소통’의 상징성 측면에서도 문 대통령은 실망을 남겼다. 손 전 앵커는 박근혜 정권 탄핵 과정에서 상징적인 인물이었던 만큼 굳이 임기말 그를 대담자로 선택한 것은 정치적 해석을 낳을 수밖에 없다. ‘자기 편’하고만 소통한다는 오해도 낳을 수 있다. 출입기자들과의 회견은 정치적 해석에도, 오해에도 휘말릴 일이 없다. 문 대통령을 지지하는 40% 국민 외 다른 의견을 가진 국민을 대변하는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기회를 끝까지 외면한 것이다.

문 대통령의 이런 모습은 2017년 취임 때 밝힌 포부와도 정반대다. 문 대통령은 취임 일성으로 "국민과 수시로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다. 주요사안은 대통령이 직접 언론에 브리핑하겠다. 퇴근길에는 시장에 들러 마주치는 시민들과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누겠다. 때로는 광화문광장에서 대토론회를 열겠다"며 ‘소통 대통령’을 자임했다. 전직 대통령의 ‘불통’이 국민적 신뢰를 잃는 요인이 됐고 이는 탄핵으로 이어졌기에, 문 대통령이 이를 취임 일성으로 내세운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이 가운데 이뤄진 것은 거의 없다.


지난 5년간 문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 4번, 취임일 기준 기자회견 4번, 국민과의 대화 2번을 한 게 전부다. 청와대는 ‘해외 순방 기자회견까지 포함하면 이명박·박근혜 등 전직 대통령보다 기자회견 횟수가 더 많다’는 해명을 내놓았지만, ‘불통’으로 외면당한 전직 대통령보다 낫다는 것을 위안거리로 삼으려 했다면 애초 ‘소통 대통령’을 표방하지 말았어야 했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