숏박스 김원훈, 조진세/사진=메타코미디
[아시아경제 이이슬 기자] TV에 출연하기 위해 고개 숙이던 때가 있었다. 얼굴을 알리고 인기를 얻기 위해서 시청률 높은 프로그램에 출연은 필수였다. 방송사 공채 탤런트·코미디언 경쟁률은 수백 대 일을 기록했고, 기획사에서 자사 연예인을 출연시키기 위해 앞다퉈 줄을 댔다.
예능 프로그램을 보기 위해 주말 각 시간에 맞춰 TV 앞에 앉아 광고를 보며 기다리는 일도 드물어졌다. 언제든 어디서든 내가 원하는 때와 장소에서 골라 즐길 수 있게 되면서다.
영화도 마찬가지다. 2000년대에 태어난 청춘 세대는 영화를 극장에서 보는 것이라고 여기지 않는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와 유튜브 등 각종 플랫폼에 익숙한 까닭에 영화의 경계가 모호하다고 느낀다. 집에서 TV로 보든, 휴대전화로 보든, 극장에 앉아서 보든 모두 '영화'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러한 시장 변화 속 웹콘텐츠 시장은 대폭 성장했다. 비주류로 읽히던 시장이 이제 주류를 뚫고 무서운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바야흐로 1인1채널 시대다. 연예인뿐 아니라 비연예인까지 개인 채널을 통해 '나'를 알리고 있다. 배우들에게는 더 유용하다. 방송·영화 캐스팅 관계자들도 웹콘텐츠를 통해 노출된 이미지를 보고 러브콜을 보낸다는 말이 들려올 만큼 큰 힘을 지닌다.
2020년 KBS2 '개그콘서트'가 폐지되면서 지상파에서 개그쇼가 종말을 맞았다. 설 자리를 잃고 표류하던 코미디언들은 온라인으로 눈을 돌렸다. 기발한 아이디어와 공감 넘치는 코미디로 유튜브 시장을 점령했다.
KBS 공채 30기·31기 출신 김원훈·조진세는 유튜브채널 '숏박스'로 인기를 얻고 있다. 커플의 일상을 담은 5분 분량 콩트로 웃음과 공감을 자아내고 있다. 특히 500만뷰를 기록한 '장기 연애' 시리즈가 인기를 얻으며 구독자수 100만명을 돌파했다.
코미디언 이은지는 유튜브 피식대학 채널을 통해 2000년대 '노는 언니' 콘셉트 부캐인 05학번 퀸카 '길은지'로 분해 인기를 얻었으며, 최근에는 개그맨 이창호와 '플러팅 티키타카'로 주목받고 있다. 이후 이은지는 MBC 예능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하며 활동 영역을 넓혔다.
여행 유튜버 빠니보틀(박재한)은 중소기업 사원의 일상을 그린 웹드라마 '좋좋소'를 기획·제작했다. '좋좋소'는 지난해 1월 유튜브 채널에서 공개된 후 중소기업판 '미생'으로 불리며 큰 인기를 얻었다. 이후 왓챠를 통해 공개됐으며 시즌4까지 제작됐다. 감독이자 기획자로 이름을 올린 빠니보틀은 시즌3까지만 참여했다.
연예부 기자 출신 준이(정준화)와 택이(박현택)가 운영하는 근황올림픽도 인기다. 과거 활동했던 추억의 연예인이나 화제의 인물을 찾아가 근황을 인터뷰하는 콘텐츠로 2019년 4월 개설돼 구독자수 61만명을 훌쩍 넘겼다. 막강한 섭외력이 인기를 견인한 것으로 보인다. 출연한 스타의 어려운 상황이 전해지면서 모금이 이뤄지거나 재기의 발판 역할을 하는 등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변화하는 시장에 대해 한 콘텐츠 제작사 관계자는 "시계를 예전으로 되돌릴 수는 없다. 플랫폼 확장과 다채널화 속 시청 패턴이 달라지면서 시장은 급속도로 변화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지 않을까"라고 바라봤다.
이어 "그야말로 콘텐츠가 쏟아져 나오는 시대다. 플랫폼 간 장벽은 낮아지고 양질의 콘텐츠만이 살아남을 것"이라며 "제작 흐름 역시 변화하는 추세다. 웹시장에서 청춘 세대가 시장의 핵심 타깃이지만, 그 안에서도 상세한 타깃 설정이 요구된다. 프러덕션 단계에서 디테일하게 타깃을 정하고 그에 맞춰 스토리를 짜고 연출자 선정, 배우 섭외 등을 고려해 콘텐츠를 제작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