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 콘텐츠 업계의 이중잣대

[시시비비] 콘텐츠 업계의 이중잣대

[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 구글의 인앱결제 문제로 콘텐츠 가격이 급등하며 논란이 심화되고 있다. 콘텐츠업체(CP)들의 "비싸다"는 불만에 이어 시민단체까지 "콘텐츠 가격 급등으로 소비자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고 나섰다. 결제액의 30%를 수수료로 내야 되니 영화, 음악, 책, 웹툰까지 모든 콘텐츠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


너도 나도 불만이 많을 듯해 주요 플랫폼 업체들과 만날 때마다 의견을 물어봤다. "30%는 조금 과하긴 하다"는 의견이 일부 있었지만 대부분 "구글, 애플이 없었다면 지금의 거대한 앱 생태계가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서비스를 위해서는 투자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적정한 수익(수수료)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플랫폼 서비스를 통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했거나, 있던 시장을 더 키워 참여자들 모두 수익이 늘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적정 대가 산정에 대한 논란은 있겠지만 새로운 인프라를 만든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대다수 동의하고 있었다. A사 임원은 "배민, 카카오택시 등 수수료 기반의 플랫폼 서비스를 운영하는 회사들은 모두 같은 고민을 안고 있다"며 "플랫폼이 성장할수록 이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과도한 대가를 받겠다고 나선 곳이 있다면 결국 시장에서 퇴출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장 논리에 따르자는 얘기인데 국내 앱마켓 시장에서 구글은 71.9%, 애플은 13.6%를 차지하고 있는 절대 강자다. 구글의 안드로이드와 애플 iOS 외에는 대안이 없는 상황이다 보니 독점 사업자에 해당한다. 과도한 대가를 받다가 시장에서 퇴출될 가능성은 극히 낮다.

주제를 바꿔봤다. 통신사들이 CP들에 망 이용 대가를 요구하는 것도 플랫폼 사업자가 수수료를 받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 아니냐는 질문이다. 답은 명료했다. 모두 "인터넷 이용자들에게 요금을 받으면서 같은 요금을 CP들에 요구하는 것은 망 중립성에 위배된다"고 답했다. 통신사들이 직접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음악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점은 공정성 시비가 있다고 설명했다. 망 이용 대가를 내지 않아도 되는 자사 서비스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인터넷 트래픽의 37.8%를 구글, 넷플릭스, 메타(페이스북) 등 3개사가 사용했다. 2020년 조사에서 3개사의 트래픽 양은 33.9%였는데 1년 만에 4%포인트가 늘었다. 1위는 구글이다. 총 5150만명의 이용자가 트래픽 27.1%를 이용했다. 넷플릭스는 168만명의 사용자가 7.2%의 트래픽을 일으켰다. 페이스북은 이용자 수 677만명이 트래픽 3.5%를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 국민이 다 쓰는 네이버와 카카오의 경우 각각 4029만명, 4059만명의 이용자가 트래픽 2.1%, 1.2%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2020년 합계 3.2%의 트래픽을 기록했는데 1년새 0.1%포인트 늘어나는 데 그쳤다.


넷플릭스 서비스에 트래픽이 집중된 까닭은 TV를 이용해 4K 콘텐츠를 보는 사람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같은 콘텐츠를 스마트폰에서 1시간 이용할 경우 약 1.5기가바이트(GB) 정도 소요되는데 TV에서 4K로 볼 경우 7.2GB가량이 소비된다. 약 5배 차이다. 카카오톡의 경우 하루 종일 문자를 주고받는다 해도 수십~수백 메가바이트(MB)에 불과하다. 통신사업자 입장에서는 조 단위 투자를 해 만들어 놓은 인프라 대부분을 사용하는 기업들이 아무 대가를 내지 않는다고 입이 나올 만하다.


어째 얘기가 내로남불처럼 흘러갔지만 인터넷 사업자와 플랫폼 사업자, CP 간에는 이처럼 입장차가 분명하다. 얘기의 끝은 해묵은 ‘닭과 달걀 문제’로 돌아갔다. 통신사업자는 "세계 최고 수준의 네트워크 투자가 있어 CP들이 사업을 할 수 있었다"고 말하고, CP들은 "서비스가 없다면 누가 돈 내고 인터넷을 사용하겠나"라고 말한다. 모두 맞는 얘기다. 문제의 해결은 서로를 인정하는 데서부터 시작된다.




명진규 기자 ae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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