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추행치상 혐의로 기소된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지난해 6월1일 오전 부산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재판에 출석하며 취재진 질문을 받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박현주 기자] 6·1지방선거에서 권력형 성폭력에 대한 2차 가해를 저지른 정치인을 공천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오거돈 전 부산시장·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사례로 권력형 성범죄에 대한 무관용 원칙을 도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는데, 여기에 2차 가해자에게도 제동장치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주장이다.
한국성폭력상담소와 부산성폭력상담소는 지난 13일 민주당 소속 지자체장의 성폭력 사건 2차 피해와 관련해 부적격 후보자에 대한 공천을 배제하고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두 단체는 "지난 수년간 피해자들은 해결되지 않은 성폭력 2차 피해에 일상이 매몰되어 왔다. 민주당의 조직적인 조처를 계기로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들에게도, 수년간 이 과정을 지켜봐 온 시민들에게도 변화가 체감되길 바라며 민주당의 회신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성폭력 가해자를 비호하고, 범죄사실을 왜곡하거나 피해자 공격에 나섰던 인사들에 엄정한 공식 조처를 내리고, 지방선거 관련 직책에서 배제하라고 요구했다. 또 성폭력 2차 가해 관련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고, 피해자를 도왔다는 이유로 민주당에서 부당하게 쫓겨난 조력자들이 명예롭게 복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민주당이 공천에서 어떠한 답을 내놓을지 주목받고 있다. 민주당은 대선 이후 처음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성범죄에 대한 무관용 원칙을 도입하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은 지난달 14일 비대위 회의에서 성범죄에 대한 무관용 원칙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민주당은 권력형 성범죄, 성 비위에도 피해자에 대한 배려 없이 자신의 위치와 권력을 남용했고, 2차 가해도 사과하지 않고 모르쇠해 왔다"며 "사과하겠다며 입을 열기까지에도 수년의 시간이 걸렸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성비위와 성폭력 문제는 성별로 나눌 수 없는 인권 유린, 폭력의 문제로 결코 용인될 수 없다. 다가오는 지방선거 공천 기준에도 엄격하게 적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사회적 규범을 어긴 정치인을 향한 정치적 온정주의 근절도 약속했다. 박 공동비대위원장은 "학연, 지연, 혈연, 온정주의로 사회적 규범을 어긴 정치인을 감싸는 이들이 여전히 민주당에 남아있다"며 "개인적으로 위로를 전하는 게 무슨 상관이 있겠냐마는 정치의 영역에서 공개적으로 행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질타했다.
윤호중,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8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 회의 도중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민주당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도 당 소속 지자체장의 성범죄와 피해자를 향한 2차 가해에 대해 사과했다. 대선이 한창이던 지난 3월2일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이재명 상임고문은 TV토론에서 "민주당 광역단체장들이 권력형 성범죄를 저지르고 당에도 피해호소인이란 말로 2차 가해에 참여한 분들이 있다. 그 책임을 끝까지 지지도 않고 (재보궐 선거에서 후보를) 공천한 점에 대해 많은 분들이 상처입고 그에 대해 질타하고 있다"며 "죄송하다는 말씀 먼저 드리고 시작하겠다. 국민들의 회초리의 무서움을 알고 이런 일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민주당 지지자들 또한 당 쇄신에 기대를 걸고 있다. 최모씨(여·27)는 "(지자체장들의 권력형 성범죄 사건을 알게 됐을 때) 민주당에 실망을 많이 했었다. (그러나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가 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을 영입했을 때 민주당이 성범죄 근절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여준 거라고 생각했다"며 반복되는 성범죄를 근절할 대책을 마련하는 게 옳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공천에서 성범죄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는 제안에 대해 긍정적으로 봤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민주당이 천명한 세대교체, 정치교체에 합당한 공천을 해야 한다.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다만 86용퇴론이 나왔는데도 결국 세대교체를 못하는 것 같아보인다"고 지적했다. 86그룹은 1980년대에 대학을 다닌 1960년대생 정치인들을 일컫는데, 이에 속하는 김영춘 전 해양수산부 장관과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정계 은퇴를 발표하면서 86용퇴론이 급부상했다. 그러나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 등이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하면서 86용퇴론이 힘을 잃어 세대교체가 어려워졌다는 취지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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