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서믿음 기자] 프랑스 남부에서 한가롭게 휴가를 보내며 점심 식사로 스테이크에 감자튀김을 곁들인 프랑스 요리 스테이크 프리츠를 먹고 있다. 이때 웨이터가 차갑게 식힌 로제 와인을 도자기 병에 담아 가져 온다. 맛이 기막히다. 가격도 단돈 2유로밖에 하지 않는다. 추가 구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몇 병을 구매해 집으로 돌아와 친구들을 불러 파티를 연다. 그런데 그때 그 맛이 아니다. 이동 과정에서 상했을까. 아니다. 감각 과학 분야 전문가이자 책 ‘더 나은 나를 위한 하루 감각 사용법’의 저자 러셀 존스는 ‘기분 탓’이라고 말한다. “늦은 오후, 프로방스의 따사로운 햇살에 몸을 녹이며 느긋했던 그 기분과 지금의 기분은 완전히 다르다”며 “그때의 멋진 추억을 만드는 데 일조했던 주변의 소리와 향기, 그리고 색상이 여기에는 없다. 그 당시의 환경과 감정이야말로 와인을 그토록 맛있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그때의 맛을 되살릴 방법은 없을까. 가능하다. “그 당시를 떠올리는 감각 환경을 재현할 수만 있다면 맛이 되돌아올 수도 있다.” 라벤더 향 촛불을 켜 그때 맡았던 아로마 향을 내는 것도 방법이다. 붉은색과 흰색의 체크무늬 식탁보를 식탁 위에 깔거나 프랑스어로 왁자지껄 떠드는 소리를 들어봐도 좋다.
“우리는 감정을 느끼는 사고 기계가 아니라, 생각할 줄 아는 감정 기계다.” - 미국 신경과학자인 안토니오 다마지오의 책 ‘데카르트의 오류’ 中 저자는 이를 빌어 “인간은 자신을 심사숙고해 현명한 결정을 내리는 이성적인 존재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우리는 감정의 기계”라며 “우리는 먼저 감정에 따라 결정을 내린 다음 그것을 합리화하는 존재다. 그리고 그 감정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바로 감각”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감각을 이용해 더 나은 순간을 보내는 법과 근거를 소개한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자신감을 높이고 싶으면 향수를 뿌려라. 리버풀대학교에서 재학생 35명을 대상으로 이뤄진 연구에 따르면 실험군에게 ‘탈취제’를 주고 매일 사용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중 절반에게는 아무런 향이나 탈취 성분도 들어있지 않은 탈취제가 주어졌다. 며칠 뒤 그들의 동영상을 여성에게 보여 매력도를 측정했다. 결과는 진짜 탈취제를 뿌린 남성의 매력도가 더 높게 나왔다. 이는 여성에게도 동일하게 해당됐는데 저자는 “아침에 일어나 몸에 뭔가를 뿌리는 행동의 동기가 무엇이든, 향수를 뿌리면 당사자나 주변 사람에게 그날 내내 지속되는 엄청난 효과를 발휘한다”고 설명한다.
아침에 일어날 때는 시끄러운 알람보다는 부드러운 새소리가 좋다. 수면 과학자 찰스 체이슬러에 따르면 한밤중에 들려오는 아주 작은 소리도 수면에 영향을 미쳐 낮은 수면 상태를 만든다. 깊은 잠에 빠져 있다가 갑자기 깨면 정신이 몽롱한 상태가 되므로, 수면 상태를 우선 낮은 단계로 바꾸었다가 자연스럽게 깨어나게 만드는 것이 좋다. 저자는 약하게 시작한 빛과 소리가 약 20분 동안 점점 강해지게 만들어서 기상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소개한다.
책상 위 물건이 업무에 도움이 되기도 한다. 심리학에서 ‘점화 효과’란 개인적인 경험에 근거해 우리가 그 물체에 특정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을 말한다. 그렇게 부여된 의미는 우리의 행동이나 정보를 처리하는 방식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미국 스탠포드대학교에서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비즈니스와 관계된 물건(만년필이나 서류 가방, 회의실 탁자)을 그림으로 봤을 때, 그렇지 않을 때보다 훨씬 더 경쟁적이고 비협조적이며 이기적인 태도를 보였다. 비즈니스 관련 사진을 본 사람 대다수는 'c__p___tive'라는 퀴즈에 ‘competitive(경쟁적)’이란 답을 내놓았다. 반대로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cooperative(협력적)’을 선택하는 비중이 높았다. 저자는 “전자계산기를 옆에 두면 업무를 정확하고 꼼꼼하게 처리하는 데 도움이 된다”며 “물건에 분명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면 그것이 어떤 것이든 그 의미에 부합하는 사고와 행동을 유발하는 점화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래서는 안 되겠지만. 만일 법정에 설 일이 있다면 되도록 오전에 참석하는 것이 좋다. 재판부가 결정을 내리기 위해 너무 오래 고민한 후에 오히려 최선의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의사결정 피로’를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스탠퍼드대학교와 이스라엘 네게브의 벤구리온대학교 경영학 교수진이 약 1000건이 넘는 법정 소송 사건을 검토한 결과 구속된 피고 중 오전 시간에 법정에 출두했을 때 가석방되는 확률이 70%나 더 높았다. 실제로 같은 범죄를 저지르고도 오전 8시50분에 재판을 받은 사람은 가석방됐고, 오후 4시25분에 재판을 받은 사람은 다른 결과를 얻었다.
저자는 아침에 기상해서부터 저녁에 잠자리에 들기까지, 하루 일과에서 감각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분을 상세히 설명한다. 눈여겨볼만한 상당한 팁이 담겨있다.
더 나은 나를 위한 하루 감각 사용법 | 러셀 존스 지음 | 김동규 옮김 | 세종서적 | 360쪽 | 1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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