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검찰 수사권을 제한하는 이른바 '검수완박' 입법을 추진하면서 정치권이 출렁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무제한 토론인 필리버스터를 통해 이를 저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임주형 기자] 국민의힘이 더불어민주당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강행에 대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동원해서라도 저지하겠다고 맞불을 놨다. 국민의힘이 민주당을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 카드를 꺼내 든 것은 지난 2020년 이후 이번이 두번째다.
이에 따라 국회 내 '수싸움'이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현행 국회법상 필리버스터를 종료하려면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180명)의 찬성이 필요하다. 민주당은 원내 최대 정당이기는 하지만, 자당 의원(172석) 만으로는 이를 채울 수 없다. 국민의힘 또한 필리버스터 조기 종료를 막으려면 다른 소수 정당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다.
박형수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12일 논평을 내고 "민주당이 기어코 '검수완박' 법안 추진을 당론으로 확정했다"라며 "70년간 시행돼 온 형사사법절차를 하루아침에 바꾸려 하면서 심도 있는 검토도, 대안 제시도 전혀 없이 밀어붙이고만 있다"라고 질타했다.
이어 "검수완박이 정말 필요했다면 작년 1월 검경 수사권 조정을 할 것이 아니라 검수완박을 추진했어야 한다. 그때와 지금의 유일한 차이는 국민의힘이 대선을 이겼다는 사실 뿐"이라며 "4월 강행 처리를 하려 한다면 필리버스터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이날 정책 의원총회를 열고 검수완박을 실현하는 법안을 이달 내 통과한 뒤 다음달 3일 국무회의에서 공포하는 일정을 목표로 삼기로 했다. 국민의힘이 반대하더라도 입법을 강행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국회에서 172석을 보유한 제1정당인 민주당이 특정 법안의 입법을 밀어붙이면, 국민의힘으로서는 막을 방안이 거의 없다. 국회 의사를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본회의에서 필리버스터를 통해 최대한 표결을 지연시키는 방안이 거론되는 이유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016년 2월27일 새벽 국회 본회의장에서 테러방지법 저지를 위한 무제한 토론 17번째 주자로 나서 발언하는 모습. 정 의원은 당시 11시간39분 토론을 이어나가 최장기록을 세웠다. / 사진=연합뉴스
민주당 또한 지난 2016년 '국민보호와 공공안전을 위한 테러방지법안(테러방지법)'이 상정된 본회의 당시 필리버스터를 신청해, 표결을 8일 넘게 지연시킨 바 있다.
국민의힘도 지난 2020년 민주당을 저지하기 위해 두 차례 필리버스터를 시도했다. 이 해 12월9일 오후 9시 당시 시작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 다음날부터 12일까지 이틀 가까이 진행된 국가정보원법 개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민주당이 '4월 내 법안 통과'를 당론으로 채택한 만큼, 설령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에 나서더라도 조기 종료를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
현행 국회법에 따르면 필리버스터는 '무기명투표로 표결해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이 찬성'하면 종료할 수 있다. 즉 의결정족수는 총 180명이다. 현재 민주당은 172석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소수정당이나 무소속 의원 8명을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2020년 12월11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국가정보원법 전부개정 법률안에 대한 필리버스터 도중 물을 마시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민주당이 쉽게 의결정족수에 도달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민주당 지도부는 검수완박 입법을 강행하기로 했지만, 정치권 및 법조계에서는 이를 두고 논란이 커진 상태다.
필리버스터 관련 표결이 무기명투표로 진행되는 한 민주당 의원 전원이 찬성표를 던질지 확신할 수 없을뿐더러, 다른 정당이나 무소속 의원들을 포섭할 수 있을지도 불확실하다.
국민의힘 입장에서도 필리버스터가 조기 종료될 가능성이 있는 한, 타 정당과의 협력은 필수적이다. 결국 총 6석을 보유한 제3당인 정의당에게 무게추가 쏠릴 수밖에 없다.
현재 정의당은 민주당의 검수완박 당론 채택 결정에 대해 유감이라는 입장만 내놓은 상태다.
장태수 정의당 대변인은 12일 서면 브리핑을 통해 "검경 수사권 조정 등 형사사법 체계 변경에 따른 성과와 한계를 살핀 후, 검경의 민주적 통제와 인권보호 및 범죄로부터의 안전을 확보하는 방안을 마련하자고 요청한 저희로서는 유감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심상치 않은 물가 인상, 코로나 재난으로 힘들었던 자영업자를 포함한 시민의 삶을 정권 이양기 국면에서도 잘 살펴야 할 국회가 극단의 대결로 동물 국회로 치닫지 않을까"라며 "치열하게 토론하고 논쟁하더라도 시민들이 정치와 국회를 혐오하지 않도록 이럴 때일수록 냉정하고 합리적인 자세를 가질 것을 각 정당에 요청한다"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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