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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세종=이준형 기자]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차기 정부 원자력발전 정책의 핵심 변수로 부상했다. 현 정부 탈(脫)원전 기조 하에 구성된 원안위 일부 위원들의 임기가 2년 이상 남아 있어서다. 원안위가 국내 원전 관련 인허가 절차를 최종 승인하는 기구라는 점에서 새 정부 원전 정책이 속도를 내지 못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3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지난해 말 취임한 유국희 원안위원장의 임기는 2024년 12월까지다. 원안위원장은 대통령이 임명하는 정무직 공무원으로 기본 임기는 3년이다. 유 위원장을 비롯해 원안위 핵심 구성원 9명 중 5명의 임기는 2024년까지다.
문제는 유 위원장 등 임기가 2024년까지인 원안위 핵심인력 모두 탈원전 정책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점이다. 문재인 정부는 위원장 외에도 대부분의 원안위원을 임명했다.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대통령은 원안위원장과 원안위 사무처장, 비상임위원 7명 중 3명에 대한 임명권을 갖는다. 나머지 비상임위원 4명 중 2명은 더불어민주당이 추천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윤석열 정부가 ‘탈원전 백지화’를 속도감 있게 추진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원전 계속운전,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 등 차기 정부가 내건 원전 정책의 최종 승인을 원안위가 하기 때문이다. 원안위 핵심 구성원 9명 중 7명이 현 정부 기조 하에 임명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탈원전과 정면 배치되는 새 정부 원전 정책이 원활히 승인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차기 정부도 이같은 점을 모르는 건 아니다. 윤 당선인이 원안위 독립성·전문성 확보를 공약으로 내걸었던 이유다. 실제 원안위 내 원전 전문가는 2019년 당시 야당인 자유한국당 추천으로 위촉된 이병령 위원이 유일하다. 원안위원 7명 중 4명이 탈원전 인사로 구성돼 ‘기울어진 위원회’가 됐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됐다. 조직 개편에 대한 명분은 충분하다는 얘기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최근 원안위에 "재탄생하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다만 새 정부가 주도적으로 원안위를 재편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현행법이 위원장과 위원의 임기를 보장하고 있어 자발적으로 사퇴하지 않는 한 원안위 전면 개편은 불가능하다. 현 정부가 탈원전 코드 인사를 위해 발전공기업 사장 등의 사퇴를 종용했다는 ‘산업통상자원부 블랙리스트’ 의혹이 불거진 상황에서 새 정부가 간접적으로라도 사퇴 권고 의사를 표명하면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유국희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이 지난달 25일 열린 제155회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 = 원자력안전위원회]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차기 정부가 원안위 독립성·전문성 확보를 명목으로 원안위법을 개정하면 위원장 등의 임기는 자동 종료된다. 원안위가 대통령 직속 기관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라는 점도 법 개정 필요성에 힘을 싣는다. 하지만 여소야대 국면에서 민주당 동의를 얻기 어려운 원안위법 개정안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정치권도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원안위가 원전 계속운전 등의 가장 큰 변수가 될 수 있다"면서 "내년 4월 설계수명이 끝나는 고리2호기를 공백기 없이 계속운전하는 것도 원안위 승인 여부에 달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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