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수사’ 이복현 부장검사, 검수완박 반발 첫 사의… "대통령, 검수완박 입장 알려달라"

이 부장검사 "경찰, 지상전 능한 육군…檢 F-16 모는 공군, 기능달라"
국정농단·삼성 합병 의혹 등 수사…검찰 내 대표 ‘특수통’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허경준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의원총회를 거쳐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을 이달 중 처리하는 것으로 당론을 모은 가운데, 국정농단 특검에 파견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관련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공여 혐의를 맡아 수사했던 이복현 서울북부지검 형사2부 부장검사(50·사법연수원 32기)가 사표를 내고 검찰을 떠났다.


이 부장검사는 13일 오전 검찰 내부 게시판에 ‘사직인사’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대통령께서는 검수완박 정책에 대해 어떤 입장인지 알려달라"고 했다.

이복현 서울북부지검 부장검사.

이복현 서울북부지검 부장검사.


이어 "일국의 사법제도를 통째로 바꿔놓을 만한 정책시도에 대해, 대통령제 국가의 수반인 대통령께서 입장이 없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새로이 취임할 대통령 당선인께서는 상대방 입장에서 볼 때 진정성이 느껴질 만한 제도개선을 함께 고민해볼 수 있는 장을 마련해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 "현재의 검찰개혁 논란은 결국 검찰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된 것이고 국민의 검찰에 대한 불신은 지난 오랜 기간 동안 검찰이 정치권에서 해결해야 할 분쟁을 사법적 수단으로 재단해 온 원죄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며 "칼을 그리 쓰는 게 나쁘다고들 비방하면서도 막상 자기가 칼을 잡으면 검찰에 대한 인사권을 무기로 그 칼을 휘둘러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 과정에서 잘못된 역할을 한 검사들이 있었다면 비난받아 마땅한데, 다만 검수완박으로는 수사기관의 그러한 잘못된 관행을 없앨 수 없다"며 "경찰이 정치적 수사에 관여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차단 장치가 마련돼 있습니까"라고 반문했다.

이 부장검사는 검찰의 수사권이 사라지면 금융범죄와 권력층의 범죄 등이 기승을 부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검찰의 수사권을 없애버리면 당분간 금융, 증권시장 교란행위, 대기업의 시장질서 문란행위, 최고위 권력층의 이권개입 등에 대한 수사는 사라져버릴 수밖에 없다"며 "이는 누구도 바라는 것이 아니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 부장검사는 현대차 비자금 사건, 론스타 사건, 한화그룹 비자금 사건, 삼성그룹 불법승계 사건 등을 사례로 들면서, 검찰과 경찰의 수사를 비교하기도 했다.


이 부장검사는 "경찰도 유능한 인재들로 구성돼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며 "하지만 서로 특장이 다르다. 경찰은 지상전에 능한 육군, 해병대라면 검찰은 F-16을 모는 공군 같은 기능"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무슨 이유인지 공군 파일럿이 미덥지 못하다고 수십 년간 거액을 들여 양성한 파일럿을 다 내보내고 지상전 전문요원인 보병을 새로 교육시켜 나라를 지켜보자는 생각을 하는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라며 "검수완박이 실현되면 앞으로 오랜 기간 동안 대기업군, 금융권력 등을 상대로 한 수사에서 수사기관이 승리할 가능성은 극히 저조하다"고 강조했다.




허경준 기자 kjun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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