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실패 희생양 찾아"… 푸틴, 러 최고 정보기관 '대숙청' 감행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AP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AP연합뉴스



[아시아경제 나예은 기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침공 실패를 이유로 러시아 최고의 정보기관인 연방보안국(FSB)의 관료들을 대거 숙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11일(현지시간) 영국 일간지 더타임스에 따르면 구소련 시절 국가보안위원회(KGB) 후신인 FSB의 고위 관료 150여명이 해임됐다. 서방의 러시아 군사 정보 전문가들은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빠른 승리를 거두지 못한 군사적 실패에 대해 희생양을 찾고 있다고 분석했다.

단체로 해임된 관료들은 해외 첩보 부문을 담당하는 제5국 소속으로, 제5국은 푸틴 대통령이 1998년 FSB 국장이던 시절 창설을 이끌었던 부서이기도 하다.


앞서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해외 정보 수집의 심장부 역할을 해왔던 세르게이 베세다(68) FSB 제5국 국장에게 가택 연금 조치를 내렸다. 공식적으로는 자금 횡령 혐의로 조사했다.


베세다 국장은 가택 연금 후 해임됐고 모스크바의 레포르토보 교도소로 이송돼 수감됐다. 이 교도소는 1930년대 스탈린의 '대숙청'을 집행했던 내무인민위원회(NKVD)가 고문과 심문을 위해 사용하던 곳으로 유명하다.

미국 싱크탱크 유럽정책분석센터(CEPA)의 안드레이 솔다토프는 더타임스에 "베세다의 교도소 수감 조치는 러시아의 다른 엘리트층에 매우 강력한 메시지를 던진다"고 지적했다.


그는 "러시아 당국은 베세다가 미국 중앙정보국(CIA)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략 정보를 넘긴 것으로 보고 있다. 푸틴은 베세다를 해고하거나 시베리아 한직으로 보낼 수도 있었다"며 "이번 조치는 푸틴이 정보 유출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한편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FSB 소속 정보요원들 사이에서 푸틴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익명을 요구한 FSB 소속 익명의 러시아 정보 분석가는 현재 망명 중인 러시아 인권운동가 블라디미르 오세킨에게 편지를 보냈다.


오세킨은 더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정보요원들이 목소리를 내면서 위험을 감수하는 건 푸틴에 대한 분노가 커지고 있다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나예은 기자 nye870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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