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1일 오후 경북 상주시 상주 중앙시장을 방문해 어퍼컷 세레머니를 하고 있다./인수위사진기자단
[아시아경제 강주희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10일 1차로 발표한 장관 인선 특징은 '영남, 서울대 출신, 60대, 남성'으로 요약된다. 윤 당선인은 '할당'과 '안배' 없이 전문성·능력을 우선시한 결과라고 밝혔다.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에는 "대한민국 인재가 어느 한쪽에 쏠려 있지 않기 때문에 결국 지역, 세대, 남녀라든가 균형이 잡힐 것이라 믿는다"고 전망했다. 실력과 능력에 따라 인재를 발탁하면 균형은 자연스럽게 갖춰질 것이라는 의미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국민통합과 다양성을 고려하지 않은 인선이라는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 이 같은 인선 철학이 사회 각계각층의 목소리를 배제하고 한국 사회의 뿌리 깊은 학력주의를 고착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능력을 검증한 결과가 특정 학력·지역 출신 인선으로 귀결됐다는 것은 윤 당선인이 말한 '균형'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
윤 당선인이 발표한 1차 내각안을 보면, 장관 후보자 8명의 평균 나이는 60.5세다. 윤 당선인은 대선 후보 시절 '30대 장관'이 나올 수 있다고 예고했으나 지켜지지 않았다. 출생지로는 영남이 5명으로 가장 많고, 서울, 제주, 충북이 각 1명이다. 전남·충남·강원 출신은 전무했다.
출신 대학은 서울대가 3명, 고려대와 경북대 2명, 육군사관학교 1명 순이다.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까지 포함하면 서울대 출신만 4명이다. 여성은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유일하다. 앞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인수위) 구성에서도 '서울대 출신·50대·남성'이 다수 포함돼 이른바 '서오남'이라는 말이 나왔는데, 이런 기조가 내각 구성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10일 오후 통의동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초대 내각 명단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수어통역사 제외) 원희룡 국토교통부, 김현숙 여성가족부,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윤 당선인, 이종섭 국방부, 이창양 산업통상부, 정호영 보건복지부, 이종호 과학기술정통부 후보자./연합뉴스
윤 당선인은 이번 인선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을 밝히지 않았다. 윤 당선인은 이와 관련해 "국가와 전체 국민을 위해서 해당 분야를 가장 잘 알고, 맡아서 이끌어주실 분이신가에 기준을 두고 선정을 해서 검증을 한 것"이라고만 밝혔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에선 "내각 구성 콘셉트가 뭔지 모르겠다", "통합의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가 없다"는 비판이 나왔다.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11일 TBS라디오와 인터뷰에서 "한덕수 총리 후보자를 포함해 이번에 발표한 여덟 분의 콘셉트가 뭔지 잘 모르겠다"며 "전체적으로 과거 정권의 첫 번째 내각 구성의 콘셉트에 비하면 후퇴한 걸로 보인다"고 혹평했다.
8명의 장관 후보자들 대부분이 인수위에 속해 있거나 과거 윤 당선인과 인연이 있던 인사라는 점도 문제로 거론됐다. 윤호중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특권층을 위한 끼리끼리 내각으로 국민 바람은 한순간에 물거품이 됐다"며 "국민통합, 능력 중심 내각을 구성하겠다는 윤 당선인의 약속은 온데간데없고, 윤핵관(윤석열 측 핵심 관계자)·보은·회전문 인사로 채워진 내각 명단을 국민 앞에 내놨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정의당도 '서오남 인수위'에 이어 '경육남(경상도 출신 50대 남성) 내각'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정태수 정의당 대변인은 서면브리핑을 통해 "윤 당선인은 부처별로 유능한 분을 지명하다 보면 지역·세대·남녀 등 균형 있게 잡힐 것이라고 밝혔으나 '유능한 분을 지명'하는 것과 '지역·세대·남녀 균형' 사이의 논리적 인과관계는 설명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전문가는 안배와 할당 없이 능력만을 앞세운 인선은 학력주의와 기득권 정치를 고착시키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지학 한국다양성연구소 소장은 "윤석열 정부에서 말하는 '능력'이라는 것은 결국 서울대 출신, 40·50대 남성이라는 것이다. 이들이 중심인 사회에선 앞으로도 당연히 그들과 비슷한 학력과 출신을 가진 사람이 '능력이 있다'고 평가될 것"이라며 "이외의 청년, 여성, 장애인 등 다양한 계층에 속해있는 사람들은 의견을 개진할 기회에서 완전히 배제되고, 기득권과 학력주의는 더욱 강화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윤 당선인이 능력대로 평가해 인선했는데, 특정 학벌과 출신 지역, 나이가 편향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앞으로 어떻게 균형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을 수 있는지, 이런 이야기를 어떻게 국민들에게 믿으라고 하는 것인지 알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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