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부모가 자녀를 살해하는 '비속 살해' 범죄가 이어져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사진은 기사 중 특정 표현과 무관. 사진=아시아경제DB.
[아시아경제 허미담 기자] 최근 부모가 자녀를 학대하거나 살해하는 사건이 잇따르고 있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예컨대 생활고 등을 이유로 신변을 비관한 부모가 자녀를 살해한 후 자신도 극단 선택을 하는 식이다.
부모가 자녀를 살해하는 '비속(卑屬)살해'가 해마다 반복되면서 처벌 수위에 대한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자식이 부모를 살해하는 존속살해는 가중처벌되지만, 비속살해는 별도의 가중처벌 조항이 없어 일반 살인죄가 적용된다. 다른 나라의 경우 비속살해를 존속살해의 경우와 동등하게 처벌하고 있다.
11일 지적장애가 있는 6살 아들을 집에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30대 엄마가 구속됐다.
충남경찰청 여성청소년범죄수사대는 6살 아들을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아동학대치사)로 30대 친모 A씨를 구속했다고 이날 밝혔다.
A씨는 아들 B군에게 음식을 제대로 주지 않고 상당 기간 집을 비우는 등 보육을 정상적으로 하지 않아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앞서 경찰은 지난 8일 "아이가 집에서 숨진 것 같다"는 주민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해 A씨 거주지에서 숨져 있는 B군을 발견했다. 당시 B군 몸에는 별다른 외상은 없었지만, 또래보다 몸무게가 상대적으로 적게 나가는 등 왜소한 상태로 발견됐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B군을 방치한 사실이 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모가 자녀를 살해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지난 7일에는 초등학생 자녀를 잇따라 살해한 40대 엄마 C씨가 경찰에 붙잡혔다.
C씨는 지난 5일 서울 금천구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10살, 9살 초등학생 아들 둘의 목을 졸라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C씨는 이틀 뒤 경찰에 자수했으며, 생활고 끝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전해졌다.
현행법상 자녀가 부모를 살해하는 존속살해 범죄는 일반 살인죄보다 더 무겁게 처벌한다. 살인죄의 형량은 사형·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이지만, 존속살해는 사형·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을 적용받는다. 존속살해 범죄는 자신의 부모를 살해한다는 잔혹성과 패륜성 탓에 가중 처벌이 적용돼 왔다.
반면 자신의 자식 및 자손을 살해하는 비속살해는 별도 가중 처벌 규정이 없어 일반 살인사건으로 다룬다. 부모가 자식을 살해하는 것과 자식이 부모를 살해하는 것 모두 끔찍한 범죄임에도 한쪽만 가중처벌하고 있는 셈이다.
상황이 이렇자 비속살해 또한 일반 살인보다 무겁게 처벌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8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비속살해 역시 존속살해처럼 일반 살인보다 무겁게 처벌할 수 있게 법을 개정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자식이 부모를 죽이는 존속살해의 경우 일반 살인죄보다 더 무겁게 처벌받는다고 알고 있다. 그렇지만 그 반대인 부모가 자식을 죽이는 비속살해의 경우 별도의 처벌규정이 없어 일반 살인으로 다룬다"며 "둘 다 사람의 생명을 빼앗는 있어서는 안 될 범죄"라고 지적했다.
이어 "부모와 자식 간의 인연이 천륜이라면 그 반대인 자식과 부모의 인연 또한 천륜이다. 자식은 부모를 선택할 수 없다"며 "비속살해 역시 일반 살인보다 무겁게 처벌할 수 있게 법을 개정해달라"고 했다.
특히 생활고 등을 이유로 부모가 어린 자녀를 살해한 뒤 자살하는 행위 역시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국제 아동 보건·보호 기구인 세이브더칠드런은 이를 '아동의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참혹한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일부 국가에서는 존속살해뿐만 아니라 비속살해 역시 가중처벌하고 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아르헨티나 등 존속살해 규정을 두고 있는 상당수 국가에서는 비속살해 규정도 둬 존·비속을 불문하고 혈족에 대한 범죄를 무겁게 다루고 있다.
한편 법무부는 부모가 자녀를 숨지게 할 경우 가중처벌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무부는 지난달 29일 인수위 업무보고에서 비속살해도 존속살해와 마찬가지로 법을 개정해 가중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했다. 이와 관련한 형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인 만큼 향후 논의 과정에서 충실히 의견을 개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 1577-0199, 희망의 전화 ☎ 129, 생명의 전화 ☎ 1588-9191, 청소년 전화 ☎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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