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출범에 전투력 키우는 노조' 발목 잡힌 기업들 '노심초사'

삼성전자 창사 이래 첫 '파업 위기'…임금인상률 두고 노사 평행선
자동차 업계도 올해 '강성' 기류 변화 감지
전문가 "기업 생산력 약화 우려…노사 상생해야"

'새 정부 출범에 전투력 키우는 노조' 발목 잡힌 기업들 '노심초사'


[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 김진호 기자, 문채석 기자] "임금 15.7% 올려달라."(삼성전자 노동조합) "국내공장 설비투자를 이행하도록 법적절차에 들어가겠다."(금호타이어 노조) "미래차 전환이 고용불안으로 귀결된 경우 강력히 저항한다."(현대차 노조)


코로나19 엔데믹(감염병 주기적 유행)으로 기업 경영이 본궤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나 주요 사업장마다 노조 리스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코로나19 대유행,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세계 공급망 붕괴로 각국이 비상 체제에 돌입한 가운데 노동계는 벌써부터 전투력을 높일 태세다.

이미 주요 제조업 분야에서 강성 노조 집행부가 잇따라 당선돼 강경 모드로 돌입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주요 경쟁 기업들이 발빠른 미래 성장 전략 마련과 대규모 투자로 국내 기업들을 위협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생존을 위해 노사가 합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창사 첫 파업위기 몰린 삼성전자= 12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임금 인상을 둘러싼 노사 갈등이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통상 노사협의회를 열어 2~3월 중 당해 연도의 임금 인상률을 확정했지만, 올해는 노사 간 입장 차가 커 아무런 결론을 내리지 못한 상황이다.


핵심 쟁점은 임금 인상률이다. 근로자 대표 측은 역대 최고 수준인 기본인상률 15.7%를 요구했으나 사측에서는 인건비 부담에 난색을 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삼성전자 노사협의회는 평균 7.5%의 임금 인상에 합의한 바 있다.

사태가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며 삼성전자가 1969년 창사 이후 53년 만에 첫 파업 위기로 치닫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노조가 교착 상태에 놓인 임금교섭 돌파구로 ‘파업카드’를 꺼낼 채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다만 임금 인상률 15.7% 요구가 너무 무리하다는 지적이 여론은 물론 삼성전자 내·외부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노조 주장처럼 삼성전자가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달성한 것은 맞지만 코로나19, 글로벌 반도체 경쟁 심화 등의 상황에 한꺼번에 인건비 부담을 대폭 늘리는 것이 적절하냐는 지적이다. 국내 임직원 수만 11만명 이상인 삼성전자는 이미 다른 기업보다 인건비 부담이 압도적이다. 지난해 삼성전자가 지출한 인건비는 약 15조8000억원으로, 전년보다 18.4% 증가해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대표성 논란도 제기된다. 전체 임직원 11만여명 중 4%에 불과한 노조가 전체 입장을 제대로 반영할 수 있겠냐는 우려다. 회사 한 관계자는 "노조 자체가 대부분 특정 직급 위주로 구성돼 있어 다른 대부분의 직원들 입장에서는 회사에 갖고 있는 불만과 요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내부에서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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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인력" 외치지만 일터 경쟁력 외면= 자동차업계에서도 주요 사업장마다 노사 간 갈등이 불거질 조짐이다. 지난해 파업 없이 임금단체협상을 끝낸 현대차·기아, 한국GM, 쌍용차 등은 올해 들어 기류가 바뀌었다. 강성 노조가 들어선 현대차·기아와 주요 계열사별 노동조합은 고용과 인력 문제 등에 한목소리를 내기로 했다. 자동차 생산 패러다임이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회사는 물론 노조 안팎에서도 적잖은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노조는 인력 배치전환을 비롯해 완성차 생산물량 해외공장 이관, 신규 공장 설립 과정에 번번이 반발하며 사측과 지난한 협상을 반복하고 있다. 한국GM도 부평공장 인력 재배치를 둘러싸고 노사 간 줄다리기가 한창이다. 부평공장의 두 생산라인(1·2공장) 간 가동률 차이가 커진 데다 올 하반기 창원공장에서 시범생산에 들어갈 신규차종 등 공장 간 인력조정이 필요한데, 노조가 처우개선 등을 문제삼으면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 제너럴모터스(GM) 본사 차원에서 나라별 공장의 경쟁력을 따져 전기차 물량을 배정할 텐데 노조가 강경한 목소리만 낸다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금호타이어 노사는 국내외 공장 투자 건을 둘러싸고 맞서고 있다. 노사와 대주주, KDB산업은행이 지난달 연 회의에서 대주주인 더블스타는 "글로벌 톱 20위 가운데 금호타이어만 적자"라며 이전을 추진 중인 광주공장에 추가 설비투자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노조에서는 회사가 당초 예정한 대로 국내 공장 설비투자를 진행하도록 법적 절차를 밟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새 정부 출범 이후 노사 갈등이 더욱 첨예해질 수 있다면서 기업 생산력이 크게 악화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윤동열 건국대 교수는 "노조가 그간 정부와 협상을 통해 사회적, 정치적 영향력을 강화했다"면서 "그보다 노사 간 실질적 상생, 기업 경쟁력과 직결된 생산성 이슈나 일터를 성장시키는 데 더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김진호 기자 rplkim@asiae.co.kr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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