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웨이브] 포켓몬 빵 열풍의 진정한 교훈

[뉴웨이브] 포켓몬 빵 열풍의 진정한 교훈


연초에 반짝하고 끝날줄 알았던 포켓몬빵 열풍이 여전히 진행형이라는 것을 동네 편의점 문앞 ‘매진’ 안내문을 보고서야 알게 됐다.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빵 자체가 아닌 그 안에 무작위로 들어간 띠부띠부씰이라 불리는 포켓몬 스티커가 연일 매진을 만들고 있다. 희귀 스티커의 경우 빵값의 수십배가 넘는 가격을 형성하며 거래되는 기현상까지 불러왔다.


비싸게 거래되는 스티커가 들어있다고 해서 빵의 맛과 영양도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결국 빵을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스티커가 가지고 있는 의미 혹은 기호가 궁극적인 소비대상이다. 경제력이 생긴 30대 안팎의 세대들에게 스티커는 유년시절의 잊혀진 추억을 소환하는 매개일 것이고, 또래들의 경쟁에서 지고 싶지않는 초등학생들에게는 내가 이만큼 대단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능력자 지표로 작동한다. 중년들에게는 ‘요즘 이 빵이 그렇게 인기라며?’ 인증을 통해 여전히 늙지 않은 감성의 소유자임을 은근하게 과시하게 만든다.

‘소비의 사회’ 저자 보드리야르는 사물이 가지는 가치의 속성을 교환가치, 사용가치, 상징적 교환가치, 기호가치 등 네가지로 분류했다. 첫째는 거래로 나타나는 교환가치는 빵값 1500원에 해당한다. 둘째는 사용가치로 빵을 먹을 때 얼마나 맛있는가 혹은 배부른가의 효용성 정도다. 세 번째는 상징적 교환가치로 이 스티커를 품은 빵을 자녀에게 선물할 때 부모가 자녀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정도를 보여주는 상징의 매개물로서 가치를 의미한다. 마지막 기호가치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보여주기 위한 소비다. 이런 맥락에서 이번 포켓몬 빵의 열풍은 명품을 소비하는 심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래서인가 귀한 포켓몬 빵 한정 판매 이벤트를 하는 매장은 백화점 오픈런과 다를 바 없는 대기줄이 생기기도 했다.


포켓몬 빵 열풍이 시사하는 바는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같은 물건을 어떤 가치로 파는가에 따라서 부가가치는 천차만별이 된다. 빵을 배고플 때 먹는 사용가치로 팔았다면 다른 빵과 차별성을 찾기 어려웠을 것이다. 사회적인 이슈도 없었을테고 제조사 주가도 제자리였을 것이다. 이것은 순전히 기호가치로 인해 발생한 부가가치다. 이런 현상들은 결핍에서 벗어난 사회에서 공통적으로 관찰된다. 맥도널드 해피밀세트나 스타벅스 굿즈같은 것들은 포켓몬 빵 열풍 이전부터 있던 전조들이다. 음식이 단순하게 위장을 채우는 기능을 넘어 마음을 채우는 콘텐츠 파워에 집중할 때 바로 기호적 가치가 발생하고 극대화될 수 있다.


둘째, 기호 가치는 그 배경이되는 세계관을 공유한 이들에게서만 나타나는 특수한 현상이다. 포켓몬에 열광해 본적이 없는 이들은 별로 특별하지도 유용할 것도 없는 스티커를 모으자고 빵을 사는 행위가 어리석게만 보인다. 포켓몬 스티커가 들어있는 빵이 처음 나왔던 16년전 매체에서 아이들의 사행심을 조장한다거나 포켓몬의 내용이 아이들의 동심을 망가뜨린다는 비난이 있었다. 어린 청소년들을 걱정하는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않는 일방적인 규제는 쓸데없는 것이라는 점이 이번 열풍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이게 꼭 포켓몬에 국한된 현상은 절대 아니다. 게임이나 동영상 등 온라인 콘텐츠들도 꼭 마찬가지 현상들이 있었거나 여전히 진행 중이다. 사용가치만 따져서 적정선을 따지고 규제하려 드는 것은 해결책이 될 수 없다. 그 대신 기호적 가치에 집중 할 때 세대 간 통합은 물론 더 큰 가치를 만들어내는 지름길이라는 것이 이번 포켓몬 빵 열풍의 진정한 교훈이리라 굳게 믿는다.


이장주 ‘게임세대 내 아이와 소통하는 법’ 저자·이락디지털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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