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상당 부분 이행된 계약, 사정변경 땐 ‘민법상 해지’만 가능"

재판부 "계속적 계약 해당, 계약 소멸하려면 '해지'만 할 수 있어"

대법 "상당 부분 이행된 계약, 사정변경 땐 ‘민법상 해지’만 가능"


[아시아경제 허경준 기자] 계약 내용 중 상 당부분이 이행된 상태에서 사정변경을 이유로 계약을 소멸시킬 때는 장래에 발생할 부분에 대한 ‘해지만’ 가능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계약은 ‘일시적 계약’과 ‘계속적 계약’으로 나뉘는데, 매매·증여·차용 등 일시적 계약이 아닌 시간적 계속성을 갖고 이행되는 계속적 계약에서 상당 부분이 이행됐다면 계약 내용 중 완료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만 해지를 할 수 있다는 취지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A씨와 B씨가 해외 이주 알선업체 C사를 상대로 낸 수수료 반환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5일 밝혔다.


A·B씨는 2011년 해외이주 알선업체인 C사와 미국 비숙련 취업이민을 위한 알선업무계약 체결했다. 이후 미국 노동부의 노동허가와 이민허가를 받았으나, ‘추가 행정검토’ 결정이 내려진 뒤 이민 절차가 진척되지 않았다. 결국 2019년까지 별다른 진척이 없자 A·B씨는 C사에 계약 해제를 주장하며 수수료 90% 반환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재판에서는 해당 계약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소멸에 따른 효과를 장래에 향하여 발생’시키는 민법 제550조의 ‘계약 해지’가 아닌 민법 548조에서 정한 ‘계약 해제’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됐다. 해제가 되면 계약은 애초에 없었던 것이 되고 계약을 해제한 사람은 원상회복의 의무를 갖게 된다. 해지는 원래 계약은 그대로 둔 채 해지 시점부터 효력을 말소한다.

1·2심은 C사의 책임으로 계약이 해제됐다는 원고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C사가 수수료 중 90%인 약 1800만원씩을 A씨와 B씨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계산이 잘못됐다고 봤다. 이들 사이에 이뤄진 계약은 해지로 봐야 해 정산 범위를 다시 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C사는 상당히 장기간 지속되는 취업 이민 절차가 단계적으로 원활하게 진행되도록 알선·수속 등 업무를 계속해서 충실하게 수행할 의무가 있다"며 "이 사건 계약은 계속적 계약"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계약이 정한 업무 중 상당 부분이 이미 이행된 상태에서 원고들이 ‘사정 변경’을 이유로 계약 효력을 소멸시키려 하고 있으므로 해지만을 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허경준 기자 kjun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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