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다주택자라면 지금 집을 팔겠는가. 내 집 마련 실수요자에겐 매수 타이밍일까. 어떤 입장에 있더라도 지금은 때가 아니라는 게 시장 컨센서스다. 지난 2월 전국에서 이루어진 주택 매매는 4만 3179건이었다. 1년 전 같은 달의 절반에 불과하다. 서울은 63% 감소했고 수도권도 66%나 쪼그라들었다(국토교통부). 이런 변화는 지난해 9월을 기점으로 본격화됐다. 당시 정부는 ‘연소득 범위 내’와 같은 강력한 대출 규제를 내놨다. 이후 거래량이 급감하더니 하늘 높은 줄 모르던 집값이 마침내 꺾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대선이 끝났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발로 각종 규제완화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시장 반응은 기다렸다는 듯 즉각적이다. 지난달 31일 서울에 나온 아파트 매물은 5만 1537개였는데 나흘 만에 559개가 사라졌다. 현재 흐름을 감안하면 물건이 시장에서 소화됐다기보다 집주인이 매물을 거둬들인 것이라 보는 게 맞다. 특히 강남 3구에서 매물 감소세가 강하다. 집값이 앞으로 더 오를 것이란 기대감이 그 반대 생각보다 강해진 것이다. 지난주 서울 아파트값은 0.01% 올랐고 특히 강남 집값이 상승 전환했다(부동산 R114). 새 정부가 출범하기도 전에 집값이 들썩이기 시작한다는 건 경계심을 갖고 봐야 할 중요한 변화다.
시장은 출렁이고 있는데 새 정부가 지향하는 큰 정책 방향은 보이지 않는다. 심지어 인수위에서 산발적으로 들려오는 구상들은 서로 충돌하는 것들도 있다. 올해 보유세를 작년 공시가격 기준으로 매기겠다는 정부 결정에 인수위는 한 술 더 떠 그 전년도(2020년) 가격을 제시했다. 보유세 부담을 줄여준다면서 다른 한 편에선 거래세를 낮춰줄 테니 집을 팔라는 모순된 메시지다. 아울러 인수위가 내놓은 규제완화안들이 대체로 시장을 자극할 가능성이 높은 것들이란 점에서, 새 정부가 지금의 집값 수준을 현실로 받아들이고 추가적 조정에 소극적으로 임하려는 것 아닌가 의구심이 든다.
여기서 되짚어 봐야 할 것은 누구도 이견을 달기 어려운 분명한 명제다. 최소한 집값이 다시 한번 크게 오르는 일만은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청년들의 내 집 마련 통로를 봉쇄해놓고 집값을 천정부지로 올려놓은 현 정부를 심판한 게 이번 대선의 핵심이라 한다면, 윤석열 정부가 지향해야 할 방향은 이미 정해져 있다고 봐야한다. 그런 점에서 현재 집값 안정의 결정적 계기로 작용한 대출규제를 완화하려는 조짐은 우려를 자아낸다. 물론 전면적인 완화가 아닐지라도 시장이 규제완화를 곧 집값 상승의 단초로 받아들이는 건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시장을 왜곡시키는 규제들을 풀거나 세금을 조절해 시장 원리를 회복하는 조치들은 부동산 대책을 이루는 여러 수단 중 일부에 불과하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시장에 뚜렷하며 정교한 신호를 보내는 일이다. 잘못된 규제는 완화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값이 더 오르게 놔두진 않겠다는 분명한 선언이 한 예일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도 잘 알고 있듯, 부동산은 수요와 공급이라는 단순 원리로만 설명되지 않는다. 거기에는 우리 모두의 삶과 꿈 그리고 욕망과 희망이 두루 걸쳐있다. 문재인 정부와 반대로만 하면 성공할 것이란 발상으론 이 복잡다단한 문제를 풀기 어려울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투자를 죄악으로 보진 않을 테지만 그렇다고 서민에게 돌아가야 할 보금자리를 투기 대상으로 삼는 것 또한 용납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만이 작금의 혼란을 잠재울 수 있다. 이것이 새 정부 부동산 정책의 출발선이 돼야 한다는 명제에도 의문의 여지가 없다.
신범수 건설부동산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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