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러시아산 가스대금을 루블화로 지불토록 한다는 법안의 시행을 발표하면서 유럽국가들을 향해 외화결제가 가능한 특별계좌를 개설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해당 계좌를 개설해 대러제재를 우회할 수단을 만들고, 미국이 주장 중인 에너지 금수조치를 원천 차단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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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현지시간) 러시아 타스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4월1일부터 러시아 가스구매 대금을 러시아 통화인 루블화로 결제하는 대통령령에 서명 후 가진 연설에서 "러시아에 비우호적인 서방국가들은 러시아 은행에 가스대금 결제를 위한 계좌를 개설해야할 것"이라며 "우리가 제시한 새로운 결제방식을 이행치 않을 경우, 현재 가스공급 계약은 모두 중단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해당 루블화 결제 시행령에 따르면 해외 러시아산 가스 구매자는 가스대금을 원칙적으로 루블화로 송금해야한다. 하지만 루블화 송금이 어려울 경우에는 가스프롬의 자회사인 가스프롬은행에 특별계좌를 개설해 달러 및 유로화로도 지불이 가능하다.
특별계좌는 해외 가스 구매자가 가스프롬은행에 신청해 개설하게 되며 특별 루블화계좌와 특별 외화계좌가 동시에 개설된다. 이후 해당 구매자는 기존 가스계약서에 명시된 금액을 달러나 유로화 등으로 특별 외화계좌에 송금한다. 송금이 이뤄지면 가스프롬은행이 자체적으로 이 돈을 모스크바 외환시장에서 루블화로 환전한 뒤, 구매자의 특별 루블화 계좌로 옮겨주며 이 절차가 마무리되면 구매대금 결제가 완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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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러시아는 가스대금을 통해 외화를 벌어들이면서 동시에 루블화 환율도 방어할 수 있게 된다. 서방국가들도 러시아의 가스공급 중단을 막기 위해 가스프롬은행의 특별계좌에 대해서는 향후 제재조치를 가하기 어려워진다. 사실상 이 특별계좌를 제재회피용 계좌로 계속 활용할 수 있게 된다는 분석이다.
미국 투자기업인 르네상스캐피털의 글로벌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찰리 로버트슨은 영국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조치는 러시아가 루블화 가치 방어보다는 대러제재 회피수단 마련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러시아 상황에서는 대러제재에 따른 리스크를 줄이고 외화를 확보하는 것이 더욱 중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프리 쇼트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PIIE) 선임연구원도 "푸틴 대통령이 해당조치를 한 주요 이유는 외화 수급이 동결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며 "유럽국가들이 자발적으로 대러제재를 회피토록 만드는 조치이며 대러제재 결속력 약화도 노린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향후 천연가스 뿐만 아니라 러시아의 주요 수출품인 석탄, 알루미늄, 팔라듐, 곡물 등 주요 원자재 거래에도 특별계좌 개설을 강요할 가능성도 우려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향후 대외교역에서 러시아 통화나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 국가들의 통화로 결제하는 비율을 늘려나갈 것"이라고 밝혀 루블화 결제조치가 앞으로 확대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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