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획조정분과 간사가 31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에서 추경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2.3.31 [인수위사진기자단]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세종=손선희 기자] ‘만약 현 정부가 나서지 않는다면 5월 취임 즉시 하겠다.’
최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각종 굵직한 정책 발표에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문장이다.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이전,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 편성, 부동산 세제개편 등 주요 현안에 대해 인수위는 모두 ‘만약’ 이라는 전제를 달았다. 인수위에서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현 정부의 움직임 없이는 사실상 시행할 수 있는 정책이 없기 때문이다. 정확히 말하면 인수위 브리핑은 ‘발표’가 아니라 ‘요청’이다.
사전 협의를 거치지 않은 정책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인다 해서 추진될 리 만무하다. 집무실 이전을 위한 예비비 지출안 국무회의 상정은 ‘일단’ 무산됐다. 비용 추계작업부터 다시 공론화 절차를 밟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추경안 편성 역시 홍남기 경제부총리의 강력한 반대 속에 5월로 밀렸다.
이런 가운데 나온 부동산 세제개편 발표는 또다시 이해관계자들을 혼란케 했다.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를 1년 한시 유예한다는데, 그 시점이 4월인지, 5월인지 알 수 없다. 발표 직후 관련 부동산 커뮤니티에는 ‘4월에 집을 내놔도 되나’ ‘5월11일 시행이면 20일 만에 집을 팔란 소린가’ ‘왜 2년에서 1년으로 줄었나. 나중에 또 연장할 것 같다’ 등의 반응이 쏟아졌다. 종합부동산세 부과기준일(6월1일)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이어서 더욱 예민한 상황이다.
정작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는 ‘묵묵부답’이다. 종래에 펼쳐왔던 부동산 정책을 전면 뒤엎는 것이어서 스스로 적극적으로 나서기 민망한 데다 현 정권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기 때문으로 보인다.
물론 정부 탓만 할 수도 없는 일이다. 신·구 권력이 팽팽한 갈등상태를 유지하면서 불확실한 정책만 쏟아낼 것이 아니라 협의단계를 회복하는 것이 먼저이기 때문이다. 새 정부가 출범하더라도 ‘여소야대’ 상황의 국회를 감안하면 그 어느 정권보다 정무적 역량이 절실한데, 벌써부터 삐걱거리는 모습은 국민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현 정부도 ‘협력’을 공언했던 만큼 성의 있게 나서야 한다. 그것이 국민이 선택한 새 정부를 존중하는 자세다. 정권이 바뀌어도 국민 삶은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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