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무실' 금융당국 총량규제…저축은행 18곳 안 지켰다

저축銀 18곳, 가계대출 증가세 21% 넘겨
금융당국 경고 메시지에도 대출영업 펼쳐
가계부문 200% 늘려 반사이익 본 업체도
저축은행도 가계대출 총량규제 사라질까

'유명무실' 금융당국 총량규제…저축은행 18곳 안 지켰다

지난해 저축은행 25%가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총량규제를 지키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은 경고성 우려까지 전달했지만, 업체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대출 늘리기에 치중했다.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는 만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총량규제 폐지 여론도 힘입을 전망이다.


1일 저축은행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저축은행 79개 중에서 18개가 금융당국이 권고한 가계대출 총량 한도를 넘겼다. 4개 중 1개꼴로 규제를 위반한 셈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가파른 대출증가세를 잠재우기 위해 ‘저축은행 가계대출 관리계획’을 전달했다. 한해 가계대출 증가세를 전년 대비 21.1%(5조5000억원) 내로 묶는 게 취지였다. 또 중금리 대출과 정책금융상품(햇살론·사잇돌)을 제외한 고금리 가계대출은 5.4% 내로 제한하도록 요구했다.


증가율이 가장 높았던 곳은 센트럴저축은행으로 가계대출 잔액이 1년 만에 198.3% 불어났다. 민국저축은행(146.6%)이나 대신저축은행(77.8%)도 높은 증가세를 보였다. 특히 KB저축은행(52.0%), 신한저축은행(36.8%), 하나저축은행(36.7%), NH저축은행(32.5%) 등 주요 금융지주 계열 저축은행의 가계대출도 크게 늘었다.


저축은행도 가계대출 총량규제 사라질까

이 같은 영업이 가능했던 건 총량규제가 ‘업체별’이 아닌 ‘업권별’로 지키도록 설계됐기 때문이다. 총량규제는 개별업체가 21.1%를 넘겨도 전체 업권의 총량만 묶이면 된다. 다른 업체들이 금융당국의 권유에 따라 가계대출을 자제할 때, 홀로 가계부문 영업에 나서면 큰 이익을 거둘 수 있다는 뜻이다. 이를 두고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대형 저축은행이 규제를 지키는 동안 중·소형 저축은행이 반사이익을 봤다"는 불만도 나돌았다.

이에 금융당국도 문제를 인식하고 대책을 마련했다. 특별관리와 모니터링을 시행하고 일부 업체에는 "지금의 국면을 영업기회로 삼으려 하지 마라"는 취지로 경고하기도 했다. 올해 가계대출 총량규제 시행 시 준수 여부에 따라 10.8~14.8%의 차등을 두는 방안도 마련됐다.


그럼에도 규제를 어긴 저축은행들은 이득을 봤을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타 업체들보다 빡빡한 총량규제 한도를 받았지만 가계대출을 잔뜩 늘려놓은 만큼 손해가 크지 않아서다.


권고를 통한 금융당국의 규제가 상당수 저축은행들에 먹히지 않으면서 실효성에 대한 논란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당선인은 대출규제 완화를 공약한 바 있다.




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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