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0대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 둘째 날인 5일 오후 6시께 인천 연수구 송도5동 사전투표소에 마련된 임시기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를 하기 위해 대기하는 모습./사진=송승윤 기자
[아시아경제 유병돈 기자] 대선 사전 투표 둘째날인 5일 인천 연수구 송도5동 사전투표소. 이날 오후 5시부터 코로나19 확진·격리자를 대상으로 투표가 진행되면서 이곳 지하 1층 야외 광장에 마련된 임시 기표소 앞엔 수백미터에 달하는 행렬이 생겨났다. 이들은 모두 확진 판정을 받고 자가격리 통보를 받은 유권자들이었다.
비교적 순조롭게 투표가 치러진 일반 기표소와 달리 이곳 임시 기표소에서는 고성과 항의가 끊이질 않았다. 가장 문제가 된 부분은 일반적인 투표 방식과 달리 유권자가 투표 용지를 직접 투표함에 넣지 못하는 데서 비롯됐다. 사무원이 대기 인원 10명 단위로 신분증을 제출받아 사전투표소로 이동해 투표용지를 받아오고, 유권자들이 임시 기표소에서 투표를 하면 기표가 된 투표용지들을 사무원이 다시 모아 사전투표소로 가져가 투표함에 넣는 방식이었다.
이런 과정을 거치다보니 대기 시간이 길어지고 일부 유권자들은 2시간 넘게 기다린 뒤에야 가까스로 투표를 할 수 있었다. 이 때문에 투표 마감 시간인 오후 7시가 넘어서도 투표 업무가 끝나지 않았다. 칼바람이 부는 추운 날씨에 짧게는 수십분에서 길게는 2시간가량 대기하던 이들 사이에서는 불만이 터져나왔다.
특히 일부 유권자들은 일반적이지 않은 투표 방식에 부정 선거 가능성까지 제기하며 거세게 반발했다. 사무원이 투표 용지를 들고 투표함까지 이동하는 과정에 바꿔치기나 누락 가능성이 있지 않냐는 주장이었다. 이날 사전투표소를 찾은 노진한씨(32)는 “살다 살다 이런 투표는 처음 본다”면서 “코로나19 확진자라는 이유로 투표함에 직접 투표 용지를 못 넣게 하는데 마음만 먹으면 누군가 조작할 가능성이 충분하지 않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확진자와 미확진자의 구분도 명확히 이뤄지지 않았다. 확진자들이 화장실을 가기 위해 미확진자들이 대기하던 실내 복도를 가로지르는 건 예사였고, 확진자가 미확진자 사이에 줄을 서거나 미확진자가 확진자들과 섞여 대기하다 황급히 이동하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었다.
미확진자들의 투표가 모두 끝난 오후 6시50분께 확진자들의 투표 장소가 일반 기표소로 변경되면서 상황이 정리되기 시작했다. 2시간 넘게 야외에서 벌벌 떨던 확진자들은 그때서야 내부 투표소에서 정상적인 투표를 할 수 있었다.
이날 투표소를 관리하던 연수구 선관위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처음으로 이뤄진 선거라 여기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비슷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규정 상 야외에 투표함을 둘 수도 없고 확진자와 일반 시민의 동선을 겹치지 않게 하다보니 다소 미숙한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고 해명했다.
이처럼 코로나19 확진·격리자들에 대한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전국 투표소 곳곳에서는 잡음이 일었다.
대구 수성구 만촌1동 투표소에서는 확진자 투표 후 투표 용지를 봉투에 넣어 옮기게 하는 과정에서 봉투 안에 이미 기표된 투표지가 들어있는 상황이 발생해 경찰이 출동했다. 대구 중구 대봉1동 투표소에서도 투표소 참관인이 오전 투표자 수를 눈으로 확인하게 해달라고 요청했다가 관리관이 이를 불허해 갈등이 빚어졌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도 확진자 사전투표소에서 발생한 일들에 대한 글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확진자 및 격리자가 투표하는 과정에서 투표 용지가 투표함이 아닌 바구니, 종이 상자 등에 담긴 사진들이 잇따르고 있다.
이에 대해 선관위 측은 투표함을 물리적으로 이동할 수 없는 만큼 지침상 참관인이 볼 수 있는 바구니, 상자 등에 투표 용지를 담아 투표함으로 옮겼다고 해명했지만, 유권자들의 항의는 끊이질 않고 있다.
한편, 이날까지 이틀간 진행된 사전투표율은 36.93%를 기록해 역대 사전투표 최고치를 경신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전날부터 이틀간 전국 유권자 4419만7692명 중 1632만3602명이 사전투표에 참여해 최종 투표율이 36.93%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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