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 명품백' 선물하려고 도둑질 중… 성추행 시도까지 [서초동 법썰]

우연히 들은 비밀번호 기억
가방 훔치러 한밤중 침입
"500일 선물 고민하다 범행"
잠자던 피해자 만지려 시도까지

연인에게 명품백을 선물하려고 일면식도 없던 여성의 집에 침입해 강제추행까지 시도한 혐으로 기소된 20대 남성이 법원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연인에게 명품백을 선물하려고 일면식도 없던 여성의 집에 침입해 강제추행까지 시도한 혐으로 기소된 20대 남성이 법원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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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피해자) 집에는 왜 들어갔어요?"(판사)

"궁핍해서 가방을 훔치려고 들어갔습니다."(피고인)

"현관문 도어락과 비밀번호를 입력했다고 하는데, 피해자와 전혀 모르는 사이 아닌가요?"(판사)

지난해 11월10일 서울중앙지법 5층의 한 법정.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1부(재판장 조성필 부장판사)가 주거침입준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사건을 심리하며 이같이 물었다. A씨는 그해 8월13일 새벽 2시쯤 피해자 B씨의 자택 현관문을 열어 들어가고, 잠자던 B씨를 만져 추행하려고 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다행히 함께 살던 B씨의 부모가 깨면서 범행은 미수에 그쳤다.


A씨가 답변을 이어가자 그의 변호인이 "(제출한) 의견서를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며 끼어들었지만, 조 부장판사는 "아니, 피고인한테 들어보려고 합니다. (상황이) 좀 특이하잖아요"라고 말했다.

A씨는 범행 동기를 여자친구와 500일 기념 선물 탓으로 돌렸다. 그는 "당시 여자친구 선물을 뭘 줄까 고민하고 있었다. 여자친구가 평소 명품을 휴대전화로 많이 찾아봤다"며 "그런데 피해자가 든 가방이 제가 본것과 유사하다고 생각됐다. 확실하진 않지만 명품이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조 부장판사가 "여자친구에게, 응? 다른 사람 백을 훔쳐서 선물을 해주려 했다는 말이냐"고 묻자, A씨는 "(훔친 것을 그대로) 선물하거나 (중고로 팔아) 돈을 좀 마련하고 싶었다"고 답했다. B씨집 현관문의 비밀번호를 알게 된 경위에 대해선 "여자친구 집에서 저녁을 먹고 나와 흡연 중이었다. 피해자가 (가족과) 지나가며 큰소리를 내는데 비밀번호 같은 게 들렸다"며 "긴가민가했지만, 나중에 시도해보니 맞았다"고 설명했다.


당초 법정에서 A씨 측은 절도를 위한 주거침입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추행 관련 혐의는 부인했다. 하지만 재판 과정에서 결국 모든 혐의를 인정하고 B씨 측과 합의했다.

조 부장판사는 변론절차를 마무리하며 "본인이 어떤 행동을 했는지 제대로 못깨닫는 것 같다"고 A씨를 강하게 질책했다. 이어 "반복될 경우 더 봐줄 수가 없다. 본인의 범죄가 얼마나 중한 것인지 아셔야 한다"며 "절도죄 중에서도 주거침입죄는 법원에서도 상당히 엄하게 처벌한다"고 강조했다.


A씨는 최근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40시간의 성폭력치료프로그램 이수명령도 함께였다. 재판부는 "당초 범행을 부인하다가 뒤늦게 모두 인정하는 등 혐의가 모두 유죄로 인정된다"며 "주거 안정은 무엇보다 중요한데, 피해자가 잠을 자던 집에 침입하고 추행하려다 미수에 그친 행위 자체만으로도 상당한 중형을 면치 못하는 행위"라고 질책했다.


그러면서도 "그러나 뒤늦게나마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합의에 성공한) 피해자가 용서하고 있다. 범행이 미수에 그친 사정 등을 종합해 형을 선고했다"고 덧붙였다. A씨와 검찰이 항소하지 않으면서 이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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