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책 강화에도 또 못 지킨 '신변보호'… 내부서도 "예견된 일"

대책 강화에도 또 못 지킨 '신변보호'… 내부서도 "예견된 일"


[아시아경제 조성필 기자, 장세희 기자, 공병선 기자] 경찰 신변보호 대상자가 또 흉기 피습을 당했다. 앞서 유사 사건으로 김창룡 경찰청장이 재발 방지를 약속하며 고개를 숙이고, 대응 강화책을 내놓은 지 1달 만이다. 일선 경찰관들 사이에선 "예견된 일"이란 얘기가 나온다.


1달꼴 되풀이 신변보호 대상자 피습

31일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 29일 오전 10시50분께 대구시 동구 효목동 한 아파트 앞에서 40대 여성 A씨가 이전 동거했던 남성 B씨(64)에게 수차례 흉기에 찔려 다쳤다. A씨는 중상을 입었으나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지난해 9월 B씨의 가해 위협으로 헤어진 뒤 경찰의 신변 보호를 받아온 것으로 나타났다.

A씨는 스마트워치를 지급받은 상태였다. 경찰은 A씨가 사건 발생 당시 스마트워치를 사용하지 못한 것으로 보고 있다. B씨에 대해서는 살인 미수 혐의로 입건할 방침이다. B씨는 범행 직후 자신의 집에서 극단적 선택을 시도해 중태에 빠진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신변보호 대상자가 피습 당하는 사건은 최근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신변보호 중이던 한 여성이 서울 중구 자택에서 전 연인 스토킹을 당한 끝에 살해됐고, 지난달 10일 서울 송파구에선 신변보호 받던 여성의 가족이 목숨을 잃었다. 경찰은 신변보호 사건 대응 강화에 나서며 거듭 고개를 숙였지만 유사 사건은 1달 만에 되풀이 됐다.


김창룡 경찰청장 [이미지출처=연합뉴스]

김창룡 경찰청장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실효성 한계 예견된 경찰 개선 대책

앞서 경찰청은 지난달 30일 '경찰 현장대응력 강화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신변보호 개선 방안이 담겼다. 앞선 서울 스토킹 피해 여성 사망 사건 등으로 비난 여론에 직면하자 현장대응력 강화 태스크포스(TF)에서 검토한 범죄피해자 보호시스템 개선안을 내놓은 것이다. 당시 개선 방안에 따르면, 경찰은 피해자의 위험도를 매우높음·높음·보통으로 구분해 보호 조치를 시행하기로 했다. 단계별로 ▲인공지능 CCTV 설치 ▲스마트워치 지급 ▲맞춤형 순찰 등 조치를 취하는 것을 골자로 했다.

하지만 현장에선 '허울 뿐인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는 얘기가 나왔다. 한 경찰관은 "스마트워치를 통한 신고가 들어와도 출동하는 입장에선 다른 일반 신고와 차이가 없다"며 "조금 더 신경 쓰고 빨리 가려고 해도 다른 신고를 처리하고 있다면 이래저래 늦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했다. 다른 경찰관은 "밀착감시가 아니기 때문에 우리가 도착하기 전에 일이 터지면 방법이 없다"며 "평소 순찰을 강화하지만 계속 신변보호 대상자 곁에 붙어 있을 수만 없는 실정"이라고 했다.


"인력·예산 늘려도 될까말까인데…"

경찰 내부에서는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현재 신변보호 조치에 실효적으로 대응하기엔 전담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내려진 신변보호 조치 건수는 2만건을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연간 신변보호 조치 2만건은 전국 257개 경찰서를 기준으로 경찰서 1곳당 80명의 신변을 보호해야 하는 규모다.


현재 내부적으로는 사설 경호업체 활용 등이 대안으로 언급되고 있다. 경찰이 선정·지정한 사설경호업체가 평상시 신변보호를 맡고, 그 비용 일부는 국가가 부담하자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찰관은 "신변보호 대상자 보호는 인력과 예산이 수반되도 될까말까한 문제"라며 "인력 충원은 물론 예산 증액도 없이, 지금과 같이 실효성 없는 정책으로 일관한다면 신변보호 대상자 피습 사건은 반복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성필 기자 gatozz@asiae.co.kr
장세희 기자 jangsay@asiae.co.kr
공병선 기자 mydillo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