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질문의 의도, 정부의 의도

방역패스 의무 적용 대상에 면적 3천㎡ 이상의 쇼핑몰, 마트, 백화점, 농수산물유통센터, 서점 등 대규모 상점이 추가된 10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입장을 위해 방역패스 유효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오는 16일까지 1주일간은 계도기간으로 운영되며 17일부터는 개인에게 위반 횟수별로 10만원씩 과태료가 부과된다. /문호남 기자 munonam@

방역패스 의무 적용 대상에 면적 3천㎡ 이상의 쇼핑몰, 마트, 백화점, 농수산물유통센터, 서점 등 대규모 상점이 추가된 10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입장을 위해 방역패스 유효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오는 16일까지 1주일간은 계도기간으로 운영되며 17일부터는 개인에게 위반 횟수별로 10만원씩 과태료가 부과된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질문에는 의도(意圖)가 있다. 대개 알고자 하는 바를 얻으려고 질문을 한다. 질문 받는 자는 상대 의도를 파악해 답변해야 한다. 그걸 우린 문답이라고 한다. 답변자가 질문 의도를 파악 못 한다면 어떻게 되나. 삼천포로 빠진다. 더 이상 문답이라 할 수도 없다. 그 '꼴' 보기 싫어 질문 도중 단절을 선언하는 이도 적지 않다. '고구마 삼킬 만큼 삼켰다. 내가 말을 말아야지'라며 말이다.


지난 4일 서울행정법원 대법정에선 이 '꼴'이 연출됐다.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 집행정지 신청 사건 심문기일이었다. 판사가 정부 측에 "방역패스로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질문 의도는 이랬다. '이 사건 신청인들은 방역패스로 회복할 수 없는 피해가 발생한다고 주장한다. 각하를 주장하는 정부로선 이 처분을 통해 얻는 공익이 더 크다는 점을 입증해야 하는데 그 부분을 얘기해달라.'

정부 측은 이런 의도를 전혀 파악하지 못한 듯했다. 답변이 삼천포를 지나 남해 바다 한 가운데였다. "의료체계 붕괴를 막기 위해서"란 말만 되풀이했다. 판사가 "백신 접종완료율 99%가 돼도 의료체계 붕괴는 막을 수 없다고 하지 않았느냐"라며 그게 공익이 될 수 있느냐는 의문을 수차례 제기해도 소용이 없었다. 결국 판사는 한숨으로 단절을 선언했다.


집행정지 신청 사건에서는 행정청 처분으로 회복할 수 없는 피해가 발생했는지가 중요한 기준이 된다. 다만 이 피해보다 공익이 우선시 된다고 판단되면 처분의 효력은 유지된다. 정부 측에선 신청인이 주장하는 피해를 넘어선 공익을, 답변을 통해 어필해야 했다. 그런데 정부 측은 그냥 단순히 '사실 전달'에만 집중했다. 재판부가 준 기회를 스스로 허공으로 날려 버린 거다. 법정 대응이 미숙해도 너무 미숙했던 거다.


시민들은 이런 미숙함에 실소했다. 재판부와 정부 측 문답이 담긴 본지 기사에는 댓글 수천 개가 달렸다. 답답했단다. '판사의 한숨이 나의 심정을 대변한다'는 댓글도 있었다. 일상에서든, 법정에서든 답답함을 느껴야 하는 건 왜 오로지 시민들 몫일까. 이것이 방역패스를 시행하는 정부의 의도였나. 그건 아니었을 거라 믿어본다.



조성필 기자 gatozz@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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