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트롤타워 없는 현장…쓰러지는 의료진들

정부 코로나 대응책에 현장 목소리 반영 안돼…인력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야

20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국립대학교병원노동조합 공동투쟁 연대체 주최로 열린 ‘코로나19 위기 시기, 환자치료 위한 인력 증원 거부하는 기획재정부 규탄 및 국립대병원 인력 정원 확대 요구’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20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국립대학교병원노동조합 공동투쟁 연대체 주최로 열린 ‘코로나19 위기 시기, 환자치료 위한 인력 증원 거부하는 기획재정부 규탄 및 국립대병원 인력 정원 확대 요구’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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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서소정 기자] 보건의료노조가 코로나19 대응 의료인력 충원을 강력히 촉구한 것은 ‘메디컬 번아웃(의료진 탈진 현상)’이 심각한 수준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의료현장의 목소리가 정부 대응책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문제의식도 반영됐다. 병상부족 위기 속에서 공공병원·민간병원이 함께 안정적인 병상 확보와 인력 충원에 나서야 하는데 정부는 강제적인 행정명령만 되풀이하면서 정작 필요한 인력지원 문제에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20일 "감염병 국가재난사태에 대비하지 못한 채 우왕좌왕하거나 닥쳐서야 급박하게 강제적인 행정명령에 의존하는 병상 확충 방식이 더이상 되풀이돼서는 안된다"면서 "감염병 환자 질환과 중증도에 따른 입원치료 병상 확보 계획을 미리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위중증 환자가 사흘 연속 1000명 안팎을 기록하는 현 상황은 감염병 환자 치료 때문에 일반 환자를 희생시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필수·응급환자 치료와 감염병 치료를 병행할 수 있도록 긴급하지 않은 비응급·비필수 진료를 재정비하고 병상을 재배치하는 것도 시급한 과제다. 노조 측은 "코로나19 대응 2년이 지나도록 감염병 환자의 질환, 중증도에 따른 치료와 격리해제, 병상운영에 대한 명확한 기준과 지침이 없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비판했다.


최근 정부는 위중증 환자의 경우 20일로 격리해제 기준을 단축 제시했는데 위중증 환자의 중증도가 낮아질 경우 원내에서 병실을 옮겨 치료받을 수 있게 하거나 신속한 전원이 이뤄지지 않아 환자들의 고충이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노조는 "위중중-준중증-중등증-경증 등 코로나19 환자 중증도에 따른 병상 운영 세부 지침을 마련하고 의료대응역량을 총괄할 컨트롤타워를 전면적으로 재정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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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택환자 수가 이날 3만2071명으로 불어난 가운데 병상대기 환자도 765명에 달하면서 재택치료 관리를 위한 행정인력과 모니터링 인력 필요성이 커지는 상황이다.

노조는 "재택치료 키트도 2~3일씩 늦는 것은 예삿일이고 확진자 모니터링을 위한 명단작성 업무량 증가, 지침 혼선·오류가 수시로 일어나고 있다"며 "위중증으로 전환되거나 응급상황 발생으로 사망하는 사태가 속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인력들의 업무가 가중되면서 군산의료원은 지난 17일 코로나19 전담병원 가운데 첫 파업에 돌입하기도 했다.


백순영 가톨릭대 의대 명예교수는 "지금 당장 체육관·컨벤션센터 등을 활용해 코로나19 병상으로 만들어야 한다"면서 "지금의 코로나19 대유행은 컨트롤타워 및 리더십의 부재를 여실히 드러낸 것"이라고 전했다.


서울시가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2018~2021 서울 시립병원 정원 과부족 현황’에 따르면 서울의료원과 어린이·서북·은평·보라매·동부·북부·서남병원 전체 정원 부족 인원은 코로나19 이전인 2018년에 37명에서 지난해 97명, 올해 11월 현재 172명으로 크게 증가했다. 특히 코로나19 전담병원인 서울의료원의 경우 정원 부족 인원은 2018년 3명, 2019년 33명, 지난해 48명에 이어 올해 123명으로 폭증했다. 간호사 1인당 월평균 초과근무 시간은 2018년 9.6시간, 2019년 9.2시간에서 올해 15.5시간으로 늘어났다.




서소정 기자 s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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