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김병준 "文정부는 복지파괴주의…역사 거꾸로 돌려"

"현정부 지속가능한 복지의 기반 허물어"
"윤석열, 뚝심있게 국가개혁 추진할 수 있어"

[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이현주 기자] 김병준 국민의힘 상임선대위원장은 문재인 정부를 향해 '복지파괴주의'라고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15일 아시아경제와 인터뷰에서 " 복지가 지속가능해야 되는데, 지속가능하려면 재정이 건전해야 된다"면서 "(현 정부는) 마구잡이로 (재정을) 썼다"고 질타했다. 아울러 납세자들에 대한 세부담 거부감을 높인 것 역시 지속가능한 복지의 위협요인으로 꼽았다. 김 위원장은 "지속 가능한 복지가 되려면 세금을 내는 사람들이 세금을 내야 할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게 해줘야 하는데 매국노 취급을 했다"고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문재인 정부가 "실패한 정부 정도가 아니라 역사를 거꾸로 돌렸다"면서 "자유란 이름으로 자유를 죽였고, 민주란 이름으로 민주를 죽였다"고 꼬집었다. 김 위원장은 문재인 정부가 계승의지를 밝힌 참여정부 당시 교육부총리, 청와대 정책실장 등을 맡았었다.


대선 이후 선출직과 임명직을 맡지 않겠다고 밝힌 김 위원장은 "정치와 행정에 대해 느끼는 일종의 한계가 있다"며 임팩트 사업과 이 시대를 정리하는 작업 등에 나서고 싶다고 밝혔다.


김병준 국민의힘 상임선대위원장./윤동주 기자 doso7@

김병준 국민의힘 상임선대위원장./윤동주 기자 doso7@


이번 인터뷰는 16일 본지 인터뷰에 지면 제약으로 담지 못했던 인터뷰 내용을 담고 있다.

-원래 대선 선거대책위원회에 합류하지 않으려 했다고 들었다?

▲선대위 안 들어왔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강하게 갖고 있었다. 선거를 안 돕겠다는 게 아니라 제대로 도우려면 선대위에서 떨어져 있어야 큰 전략적 흐름이라든가 정책적 흐름이라든가 해줄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조직 구성을 어떻게 하느냐 이런 것들을 하다 정말 중요한 일을 놓칠까 봐 걱정이 든다. 사람의 능력에는 한계라는 게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책임총리제 하라고 하니까 대통령 뽑아놨는데 총리에게 권한 다 준다고 얘기하는데 잘못된 생각이다. 대통령이 정말로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을 하려면, 영어로 말하면 프레지덴셜 어젠다(presidential agenda)를 하려면 일상 업무는 누구한테 맡겨야 한다. 대통령 일상으로부터 다 벗어나서 정말 대통령이 아니면 도저히 아니면 할 수 없는 이런 일에 혼신의 힘을 다해서 해야 한다. 사람들은 마치 총리에게 권한을 크게 키워주는 그 자체가 목적인 줄 아는데 그게 아니다.


-윤 후보 배우자 김건희 등판 시기는 언제쯤인가?

▲입장을 바꿔놓고 후보 부인이라고 해도 일방적으로 스케줄에 맞춰서 이래라저래라 후보조차 이야기하기 힘든 것이다. 배우자로서 권리가 있고 아내로서 권리가 있고 자기 입장이 있을 수 있다. 언젠가 반드시 등장하게 돼 있다. 적절한 방식과 시간을 택해서. 다만 이 이야기는 결국 후보도 후보지만 ‘후보 배우자의 권리에 속하는 사안’이라고 생각한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부인만이 아닌 일반적인 이야기로 대통령 부인이 자기 일이 있고 또 전문적인 영역에 직업을 가질 수도 있어야 한다. 영부인이 대통령에게 자동적으로 100% 부속하는 그 인상을 이제는 좀 지울 필요가 있다.


-선대위 구성 논란 당시보다 김 위원장 역할이 잘 안 보인다.

▲내가 드러날 이유가 없다. 중요한 이야기가 있다면 당연히 후보 입을 통해 나가야 하고 후보에게 조명이 맞춰져야 한다. 대선 기간에는 조명이 후보에게 맞춰져야 하는 게 맞다. 그렇지 않다면 대선 가도에서 후보 리더십이 흔들릴 수 있다.


-윤 후보에 왜 확신을 가졌다고 언급한 것인가?

▲후보하고 여러 차례 긴 시간을 통해 이야기를 했는데 우리 국가가 이렇게 갔으면 좋겠다고 하는 방향에 대해 대체로 생각의 결이 같았다. 시장자유주의를 중심으로 우리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하면서 시장의 그 역동성을 살리고 그것을 통해서 우리가 성장하는 이런 부분과 자유시장 경제 체제가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의 소득 불평등이나 사회적 불평등 문제에 대해 정부가 큰 역할을 하면서 조정해나가는 것이다. 현 정부처럼 돈을 막 써서 조정해나갈 수도 있지만, 그 이전에 시장에서의 왜곡된 구조를 바로 잡아서 고쳐나갈 수도 있다. 이런 이야기를 주고받으면서 윤 후보가 뚝심 있게 (개혁을) 추진할 수 있다고 봤다. 여론 지지가 낮더라도 뚝심 있게 자기 이야기를 하고 견뎌 낼 수 있는 사람이라야 새로운 나라를 만들 수 있다.


김병준 국민의힘 상임선대위원장./윤동주 기자 doso7@

김병준 국민의힘 상임선대위원장./윤동주 기자 doso7@


-국가 운영 시스템이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가?

▲사회변화가 무척 빠르게 이뤄졌지만 의사결정 속도는 점점 더 늦어지고 있다. 의사결정 속도가 사회 변화를 턱없이 못 따라가는 상황인데, 이 과정에서 우리 사회 온갖 모순이 다 생긴다. 빈부격차, 성장의 문제도 마찬가지다. 속도뿐 아니라 합리성도 못 따라간다. 대안이라는 것들이 시대 변화를 읽지 못하고 엉뚱한 것이 나온다. 그럼 과연 국가는 고쳐질 수 있는가. 고치기 힘들다는 게 내 결론이다. 힘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국가가 제대로 된 의사 결정 능력이 없으면 다른 데가 결정하게 해줘야 한다. 의사결정을 빨리 합리적으로 할 수 있는 주체가 시민사회와 기업, 개인이다. 그러면 이들이 빨리 결정할 수 있게 해줘야지 국가가 온갖 규제를 만들어 발목을 잡으면 나라가 어떻게 되겠는가. 건국하듯이 바뀌어야 한다.


-국가의 권한이 옮겨가는 것인가?

▲국가가 가진 규제 권한의 상당 부분을 타파하고 시장과 기업이 뛸 수 있도록 해주자는 것이다. 최소한 시장과 관련해서는 국가는 이미 스스로 의사결정을 잘할 수 있는 능력을 상실했다. 대신 국가가 잘할 수 있는 영역, 이를테면 시장에서 발생한 빈부격차나 소득격차, 시장에서 생겨나는 불공정을 잡아주는 것이 국가가 할 일이다. 사회정책이나 복지 부분에서 국가가 지금보다 적극적으로 더 역할을 해야하고 시장에서는 훨씬 더 소극적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은 반대다. 국가가 있어야 할 곳에는 없고 없어야 할 곳에는 있다.


-성장 담론, 분배 담론을 두고서 대선을 치러야 한다고 주장을 펴왔다. 무슨 뜻인가?

▲한국의 진보는 분배 담론은 있는데 성장 담론은 없고 보수는 성장 담론은 앞섰을지 몰라도 분배 담론이 없다. 자유시장경제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불평등과 불공정한 모습을 고쳐줘야 한다. 분배 담론 없는 자유주의나 우파는 ‘사이비 보수’다. 윤 후보가 이야기하는 자유주의는 따뜻한 자본주의다. 아담 스미스적인 자유주의가 아니고 분배 담론과 사회 안전망 이런 것들이 함께 가는 자유주의다.


-국가 개혁을 말하는 데 비해 개헌 이야기는 피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개헌은 할 수 있으면 하면 좋은데, 일종의 판도라의 상자 같은 사안이다. 원포인트 개헌을 하자고 하더라도 온갖 이슈가 다 등장해 개헌이 점점 뒤로 밀린다. 그래서 개헌을 하지 않고서도 고칠 수 있는 일들마저도 못하게 되는 상황이 벌어진다. 개헌 없이도 할 수 있는 일들이 많다. 행정수도 이전은 위헌이라고 했는데 청와대 제2집무실을 세종에 두는 식으로 행정수도 이전의 효과를 볼 수 있다.

김병준 국민의힘 상임선대위원장./윤동주 기자 doso7@

김병준 국민의힘 상임선대위원장./윤동주 기자 doso7@



-문재인 정부에 대한 평가는?

▲실패한 정부 정도가 아니라 역사를 거꾸로 돌렸다. 사회 변화가 엄청나게 빠른데 그 빠른 사회 변화를 읽지도 못하고 따라가지도 못했다. 더욱이 우리 사회 중시되는 가치들을 다 무너뜨려 버렸다. 더불어민주당은 민주나 자유, 공정, 환경, 통일, 인권 등의 가치를 독점해왔는데, 나중에 보니까 공정도 아니고 인권도 아니고 민주도 아니고 정의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 보여줘버렸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분권과 자율을 굉장히 중시했고, 검찰 개혁조차도 대화를 통해 하려고 했었다. 하지만 현 정부는 소위 자유란 이름으로 자유를 죽였고, 민주란 이름으로 민주를 죽였다. 공정이란 이름으로 공정을 죽였고, 정의란 이름으로 정의를 죽였다.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정부라고 할 거 같으면 박근혜 정부가 아니라 문재인 정부를 얘기해야 한다. 성장은 내팽겨치고 오로지 분배 담론 뿐이다. 게다가 분배 담론도 엉터리 분배 담론을 말한다.


-복지는 강화되지 않았나?

▲이 사람들은 자신들이 복지를 확대했다는데 나는 그렇게 안 본다. 복지파괴주의다. 왜 파괴했느냐 복지가 제대로 되려면 복지는 두 가지 조건을 갖춰야 한다. 하나는 재정이 건전해야 한다. 복지라는 것이 지속가능해야 되고, 지속가능하려면 재정이 건전해야 되는데 마구잡이로 (재정을) 썼다. 내가 쓰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쓸 데 써야 하는데, 돈이 들어오는 걸 생각하면서 써야지. 이것은 내팽겨두고 그냥 썼다. 그래서 복지파괴주의야. 둘째 지속 가능한 복지가 되려면 세금을 내는 사람들이 기분이 좋게 해야 한다. 세금 내는 게 기분 좋을 수 있겠냐마는 내야 할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게 해야 하는데, 이 사람들은 돈 버는 사람들을 무슨 매국노 취급을 하고, 사업하는 사람들을 범죄자 취급을 한다. 세금 내는 사람이 뺏기는 기분으로 세금을 내게 만든다. 그래서 복지 파괴주의자야.


-‘대선 끝나면 인생 어젠다로 돌아간다’고 했는데 무슨 이야기인가?

▲내가 선출직과 임명직은 하지 않겠다고 밝혔는데, 최근 와서 내가 정치와 행정에 대해 느끼는 일종의 한계가 있다. 우리 인류 역사에 변화 내지 진화는 상당히 많은 부분이 새로운 기술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다. 마이크로소프트나 구글이라든가 페이스북이 세상을 바꾸고 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정책은 가기 바쁘고 사회 변화에 있어서도 한계가 있다. 그래서 나도 진짜 하고 싶은 일은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임팩트 투자’(재무상의 관점에서 수익을 창출하면서, 동시에 사회적·환경적 성과도 달성하는 투자)를 해보고 싶다. 그래서 성공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그러면서 우리 사회 변화를 내 나름대로 정리하고 싶다. 남은 인생이 얼마 안 남았는데 굳이 공공부문에 계속 더 있어야 할까. 그게 아니라 내가 생각했던 인생 어젠다로 돌아가려는 것이다. 욕심이 없어서가 아니라 욕심이 커서 선출직·임명직을 안 맡겠다는 것이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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