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디지털 시대, 정부·시장 괴리 해결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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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이전의 세상은 다시 오지 않는다." 얼마 전 언론에 등장했던 이 말이 꽤 무겁게 다가오는 연말이다. 코로나19는 우리 사회의 많은 부분을 바꿔 놓았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19 시기 재택근무 등 비대면 근로 가능 여부에 따라 고용충격이 차별적으로 나타났고, 이로 인해 비대면 근로가 어려운 직무는 비용이 증가하는 특징을 보였다. 이는 향후 비용이 높은 대면 근로를 대체하는 방식으로 디지털 기술 발전이 가속화될 것임을 시사한다. 내년에는 직업뿐만 아니라 교육·사회·문화 전반에 걸쳐 디지털 기술의 영향력이 더 커질 전망이다. 코로나19 이전 기술의 영역에 국한됐던 ‘디지털’이 산업 패러다임을 이끄는 중심 축으로 바뀌고 있다.


올해는 5G 등 국가 인프라 구축과 시장 내 공정 경쟁에 대한 논의, 데이터 기본법 제정 등 디지털 산업의 발전을 위한 틀을 마련한 해였다. 새해에는 디지털 자원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사용할 것인지 방법에 대한 논의와 함께 정부와 시장 간 제대로 된 협의가 이뤄져야 한다. 이를 통해 디지털 산업 재도약은 물론 전 산업의 디지털 활용을 강화해 국가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다.

디지털 산업의 새 전기를 마련하기 위해 내년 정책 수립 과정에서 반드시 고려돼야 할 중요한 요인들이 있다. 디지털 산업 진흥을 위한 장기 계획과 실효성 있는 실행 전략이 대표적이다. 작년 6월8일 미래 기술 분야에 향후 5년 동안 막대한 규모의 예산을 투자한다는 내용을 포함한 패키지 법안인 미국혁신경쟁법이 미 하원을 통과했다. 미국은 이 법을 활용해 글로벌 경쟁에서 미국의 우위를 유지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줬다.


글로벌 혁신기술 경쟁에서 생존하려면 우리나라도 장기 계획을 바탕으로 디지털 기술 개발을 촉진해야 한다. 특히 시장 발전 속도에 맞는 정책에 대한 논의가 절실하다. 그동안 디지털 기술 개발과 활용에 있어 항상 지적돼 온 부분이 정책 지체 혹은 시장·정책 간 괴리다. 지난해 3월 국회를 통과한 일명 ‘타다금지법’이라 불리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2018년 등장한 타다는 11인승 카니발을 이용해 운전기사가 탑승한 렌터카를 소비자에게 연결해주는 혁신 플랫폼으로 화제를 모았지만 ‘유사 콜택시’라는 기존 택시업계 반발과 불법 논란에 부딪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시장과 정책의 조화는 디지털 산업 참여자에게 명확한 동기부여 수단이 될 것이다.


디지털 산업이 주도하는 산업 패러다임에서 또 다른 중요 요소는 데이터다. 지금껏 국내 데이터 경제는 산업과 공공 등 여러 분야에서 데이터 활용 사례 구축과 공공성 확보에 초점을 맞췄다. 내년 이후 데이터 경제는 데이터의 양과 데이터 독점을 통한 우위보다 활용 능력에 방점을 둬야 한다. 데이터 보유 기업의 역량을 강화하는 동시에 분석·활용에 특화된 스타트업 기업들이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경제적 유인을 제공할 수 있도록 시장 구조가 개선돼야 한다.

마지막으로 고려돼야 할 요인은 우리나라의 개별 상황과 현실에 적합한 디지털 산업의 진화 방향에 대한 시나리오다. ‘무엇을 할 것인가’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가’에 의해 결정되며, 이를 기반으로 우리나라 디지털 산업의 전략이 수립돼야 한다. 새해에는 국내 디지털 산업의 획기적 경쟁력 개선을 통해 국가 경쟁력이 한층 높아지길 기대한다.


신민수 한양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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