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홍콩 입법회 선거 투표 독려 나서…홍콩 시민들은 투표 거부 운동

[사진 제공=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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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오는 19일(현지시간) 홍콩 입법회(의회) 선거를 앞두고 중국이 투표 독려에 나섰다. 홍콩 선거제 개편 후 처음 치러지는 이번 선거에서 친중 진영 일색의 후보들만 출마해 홍콩 시민들이 투표 거부 운동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7일 홍콩 명보에 따르면 중국 국무원 홍콩ㆍ마카오사무판공실의 샤바오룽 주임은 전날 '홍콩의 중국 개혁개방 참여'를 기념하는 행사에서 화상 연설을 통해 "투표는 자신을 위해서 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일국양제에 대한 굳건한 신뢰와 번창하는 국가에 대한 희망, 홍콩의 번영과 안정에 대한 바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투표 참여를 독려했다.

앞서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는 지난 3월 홍콩 선거제 개편안 초안을 의결했고, 5월에는 홍콩 입법회가 선거제 개편안을 의결했다.


선거제는 '애국자가 통치하는 홍콩' 원칙에 따라 개편됐고 이에 따라 선거인단, 행정장관, 입법회 의원 후보자는 국가안보위원회와 자격심사위원회의 2단계 검증을 통과해야 한다. 애국자만 출마할 수 있다는 명분을 내세워 사실상 친중 인사만 선거에 출마할 수 있도록 제한을 둔 셈이다.


선거제 개편 후 처음 치러진 지난 9월 선거인단 선거에서는 당선인의 99.7%가 친중 인사였다.

입법회 선거를 앞두고는 선거제 개편에 대한 반발로 백지투표 운동 등이 벌어지고 있다. 이번 입법회 선거에 홍콩 민주진영은 아무도 출마하지 않아 논란이 되고 있다. 90명의 의원을 뽑은 이번 선거에 친중 진영 일색의 후보 153명이 출마했다. 후보들이 내세운 공약마저 천편일률, 대동소이하다고 명보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이 분석했다. 심지어 중국 정부가 후보들을 사전조율한 상황에서 무투표 당선은 피하고자 들러리 출마자들을 구색 맞추기용으로 내세웠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백지투표'를 통해 저항 의지를 보여주거나 투표를 거부해 사상 최저 투표율을 만들자는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이반 초이 홍콩중문대 정치행정학 선임 강사는 명보에 "홍콩 선거를 불과 2주 앞두고 중국 국무원 고위 관리가 선거와 관련된 연설을 하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 정부가 투표율을 포함해 홍콩 입법회 선거를 매우 중요시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샤 주임은 이번 선거에 대한 외국의 비판을 반박하고자 한 듯 하다"고 풀이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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