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지금도 크고 있는데…" 양육비 받으려면 '산 넘어 산', 법 사각지대 여전

'양육비 이행법' 시행됐지만, 실효성 떨어져
국가가 '선지급 후 회수'하는 '양육비 대지급제' 제안도
"복잡하고 불필요한 양육비 소송 절차 간소화해야"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은 비양육 부모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시행됐지만, 여전히 한계가 많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은 비양육 부모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시행됐지만, 여전히 한계가 많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아시아경제 강주희 기자]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은 비양육 부모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양육비 이행법)' 시행됐지만, 여전히 고의로 미지급하는 사례를 막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양육비 이행법은 양육비를 주지 않는 부모에게 △운전면허 정지 △출국금지 △명단공개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는 법으로, 지난 7월13일부터 시행됐다. 이에 따라 지난달에는 양육비 미지급자 2명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가 이뤄졌으며, 6명에 대해서는 자동차운전면허 정지 결정이 최초로 내려졌다. 이 법은 양육비 미지급 문제를 아이들의 생존권과 직결된 문제로 보고, 양육비 채무자의 지급 이행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그러나 이런 법의 시행에도 법망을 빠져나갈 구멍은 여전하다는 지적이 많다. 법이 적용되기까지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할 뿐 아니라, 적용되더라도 한시적 조치이거나 제재 효과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 양육비 이행법, 전제조건 감치명령 받으려면 2~3년 걸려


먼저 양육비 이행법이 채무자에게 적용되려면 법원의 감치명령이 있어야 한다. 감치명령이란 유치장이나 구치소에 가두는 것을 뜻하며, 채무자에게 가장 강력한 제재를 가할 수 있는 법이다. 채무자는 감치명령을 결정받은 날부터 1년 이내에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으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게 된다.

문제는 감치명령이 결정되기까지 절차가 복잡하고, 이런 절차를 끝내도 채무자가 주소지를 이전하거나 위장전입을 하면 집행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보통 양육자는 미지급된 양육비를 받기 위해 이행명령소송·감치소송을 해야 하는데, 모든 절차가 끝나기까지는 무려 2~3년이 걸린다.


그뿐만 아니라 감치는 채무자의 주소지 관할 경찰만 집행 할 수 있어 채무자가 주소지를 이전 했을 때는 소송을 처음부터 다시 진행해야 할 수도 있다. 소재지가 불분명한 경우는 사실상 집행이 불가능하다. 양육자는 당장 급한 양육비를 받기까지 복잡한 소송을 오랜 시간 견뎌야 하는 데다, 이후에도 양육비를 받을 수 있을지 불분명 상황을 겪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감치는 법원 명령 후 6개월 안에 집행되어야 하며, 시간 안에 집행되지 않을 경우에도 양육자는 소송을 재진행해야 한다.


등교하는 아이들. 사진은 기사 중 특정 표현과 관련 없음./사진=연합뉴스

등교하는 아이들. 사진은 기사 중 특정 표현과 관련 없음./사진=연합뉴스



◆ 양육비 안 주는 '나쁜 부모' 압박하기엔 여전히 약한 법


양육비 이행법은 채무자에 대해 운전면허 정지·출국금지·명단 공개 등의 제재를 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세부적으로 살펴봤을 때 양육비를 받아내기엔 여전히 제재가 약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출국금지의 경우 미지급 양육비가 5000만원 이상이어야 가능하다. 예를 들어 양육비가 월 30만원으로 책정됐을 경우, 적어도 13년을 미지급해야 채무자에 대한 출국금지 요청이 가능한 것이다. 지난달 정부가 출국금지한 양육비 채무자 2명의 채무액은 각각 1억1720만원, 1억2560만원에 달한다.


운전면허 정지의 경우 별도의 채무액 하한이 없지만, 최장 100일까지만 정지할 수 있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마저도 채무자가 운전이 생업일 때는 예외로 간주한다. 이름과 나이, 직업, 주소, 채무액, 채무기간 등을 여가부 홈페이지에 공개하는 제도에 대해서도 동명이인이 많아 채무자를 강하게 압박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양육비해결모임 회원들이 지난해 7월7일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서 양육비 미지급자에 대한 고소장을 접수하기 위해 걸어가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양육비해결모임 회원들이 지난해 7월7일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서 양육비 미지급자에 대한 고소장을 접수하기 위해 걸어가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국가가 선지급 후 회수하는 '양육비 대지급제' 제안


이렇다 보니, 양육비 이행을 강화하기 위한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높다. 정치권에서도 양육비 미지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대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지난달 31일 양육비는 "아동의 생존이 달린 문제"라며 '양육비 대지급제'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미지급 양육비를 국가가 대신 양육자에게 지급하고, 나중에 양육비 채무자로부터 이를 회수하는 방식의 제도다.


이 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양육비 책임은 적게는 1000만원대부터 시작해 많게는 1억원이 넘는다"라며 "자녀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감이라도 있었다면, 이런 억 소리 나는 금액이 누적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출국금지나 운전면허 취소도 진일보한 성과이지만 아직 턱없이 부족하다"라며 "한 부모 아동에게는 국가가 먼저 양육비를 지급하고, 국가가 양육비 채무자에게 사후 구상하는 체계로 대전환하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도 양육비 이행법은 큰 성과이지만 복잡한 소송 절차, 예외 조항 등으로 채무자에 대한 제재가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강민서 양육비해결모임 대표는 "양육자는 여전히 양육비를 받기까지 2년에서 2년 반이 걸리는 소송을 진행해야 한다. 미지급자가 압박을 느끼고 지급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여유의 시간만 더 주고 있는 것 아닌가 싶다"라며 "복잡하고 불필요한 절차를 간소화 해야 한다. 아이들에겐 양육비가 절실하다. 소송에 할애하는 그 오랜 시간 동안, 그리고 지금도 아이들은 크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주희 기자 kjh81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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