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파업 앞두고 "민폐노총" vs "정당한 투쟁"...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민주노총 총파업 의견 엇갈려
자영업자·대학생 단체 "위드 코로나 앞두고 민폐"
진보정당 "여전히 열악한 환경에 처한 노동자 많아...정부 이들에게 귀 기울여야"
정부는 총파업에 엄정 대처 예고

올해 7월3일 서울 도심에서 열린 전국노동자대회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올해 7월3일 서울 도심에서 열린 전국노동자대회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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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윤슬기 기자] "'민폐노총'이 돼버린 민주노총 규탄한다", "노동자들의 집회와 시위의 자유, 파업할 권리는 보장되어야 한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이 20일 총파업을 예고했다. 정의당 등 5개 진보정당과 인천지역 시민·사회·노동 단체에서는 파업은 노동자 고유 권한이고 코로나19라는 재난으로 인해 노동자들이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민주노총의 파업을 지지했다. 하지만 자영업자와 대학생들 사이에서는 11월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를 앞두고 '일상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 상황에 대규모 감염 우려가 있는 총파업을 강행하는 데 반발을 보이고 있다.

민노총은 ▲5인 미만 사업장 차별 철폐·비정규직 철폐 ▲모든 노동자의 노조할 권리 쟁취 ▲돌봄·의료·교육·주택·교통 공공성 쟁취 ▲산업 전환기 일자리 국가책임제 쟁취 등을 요구하며 전체 조합원(약 110만명 추산)의 절반에 해당하는 55만명이 총파업에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총파업 자제를 요청한 상황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18일 주례회동을 갖고 민주노총 총파업 대응안을 논의하면서 "지금은 방역상황이 비교적 안정적인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고, 온 국민이 한마음으로 11월 일상 회복을 준비하는 중대한 시점"이라며 "민주노총이 대승적 차원에서 최대한 파업을 자제해 주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이어 김부겸 국무총리에게 "총파업이 실행될 때를 대비해 급식·돌봄 등 국민 생활과 밀접한 분야를 중심으로 대책을 준비하고, 방역 수칙 위반 등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엄정히 처리해 달라"라고 지시했다.

18일 오후 서울대학교 교정 게시판에 신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와 자영업연대가 작성한 '민주노총의 눈치없는 총파업, 불평등세상을 만든다!' 및 '자영업 선택 마십시오' 제목의 대자보가 부착돼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18일 오후 서울대학교 교정 게시판에 신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와 자영업연대가 작성한 '민주노총의 눈치없는 총파업, 불평등세상을 만든다!' 및 '자영업 선택 마십시오' 제목의 대자보가 부착돼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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뿐만아니라 대학생 단체와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도 '위드 코로나'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8일 오전 대학생 단체 신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신전대협)과 자영업자 200여 명이 주축이 된 '자영업연대'는 서울대·부산대·전북대 등 전국 113개 대학 캠퍼스에 "민폐노총의 눈치 없는 총파업, 불평등세상을 만든다"라고 적힌 민주노총의 파업을 규탄하는 대자보를 붙였다.


신전대협은 대자보에서 "모든 국민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고통받는 지금, 민주노총이 총파업을 하고 도심에서 55만 대규모 집회를 열겠다고 한다"라며 "이들이 외치던 '전태일 정신'은 어디로 간 것인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어 "민주노총은 110만 노조원을 바탕으로 무소불위의 정치권력으로 자리 잡았다"며 "'민폐노총'이 돼버린 민주노총에 고한다. 불평등 사회를 만드는 횡포를 그만둬라"라고 비판했다.


자영업자 단체인 자영업연대도 "'위드 코로나'를 앞두고 무분별한 집단행동을 예고한 민주노총의 행태는 700만 자영업자의 염원을 무시하는, 용서받을 수 없는 일"이라며 "민주노총은 거꾸로 '생활 영역 모든 업종 총파업'을 결의하고 국민들의 삶을 인질로 협박하고 있다"라고 강력 규탄했다. 일상 회복에 대한 기대가 큰 지금 시점에서 대규모 감염 우려가 있는 총파업을 강행하는 것에 대한 지적이다.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민주노총 총파업 지지 진보정당 공동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민주노총 총파업 지지 진보정당 공동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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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코로나19라는 재난 상황에서 벌어진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선 총파업이 불가피하다며 민주노총의 파업을 지지하는 목소리도 있다. 정의당, 진보당, 녹색당, 사회변혁노동자당, 노동당 등 5개 진보정당은 18일 국회 본청 앞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결고 민주노총 총파업 지지를 선언했다.


5개 진보정당은 "노동자들은 절박하다"라며 "산업전환이라는 흐름 속에 자동차와 배를 만들고 쇳물을 녹이는 금속노동자,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선언의 희망을 품었지만 뒤통수를 맞은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 여전히 떨어져 죽고 낙하물에 맞아 죽는 건설노동자, 단물만 빼먹고 도망가는 자본에 의해 해고를 당하는 마트 노동자, 학교에서 차별이 일상화된 학교비정규직 노동자 등 수많은 노동자들이 파업에 동참하려 하고 있는 것"이라고 정부가 노동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것을 촉구했다.


그런가 하면 인천 지역의 여러 시민·사회·노동단체에 소속된 90여개 단체도 민주노총 총파업에 지지선언을 하면서 힘을 보탰다. 이들은 같은 날 인천시청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자랑하는 장밋빛 성과 이면에는 매일 죽어나가는 노동자들, 자살로 내몰리는 청년들, 휴업과 폐업에 내몰리는 자영업자와 중소 상공인들의 피와 땀, 그리고 죽음이 있다"라며 "냉정하게 생각해 보면 방역도 중요하지만 시민들의 민주적인 주장 또한 양보할 수 없는 권리이다. 노동자들의 집회와 시위의 자유, 파업할 권리는 보장되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7월 당시 집회 때도 민주노총은 방역지침을 철저히 준수했을 뿐만 아니라 방역당국의 협조 요청에 적극적으로 응했다"라며 "당시 집회로 인한 양성자가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라고 덧붙였다. 정부가 방역수칙을 이유로 총파업 철회를 요구하는 게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주장이다.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열린 '총파업대회 보장과 양경수 위원장 석방 촉구 민주노총 기자회견'에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열린 '총파업대회 보장과 양경수 위원장 석방 촉구 민주노총 기자회견'에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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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김 총리는 1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주재한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서 민주노총의 총파업과 관련해 "마지막으로 강력히 촉구한다"라며 "지금이라도 총파업 계획을 철회해달라"라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만약 총파업을 강행한다면 정부로서는 공동체의 안전을 위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처할 수밖에 없다"라며 "단계적 일상회복으로 나아가는 마지막 고비에서 이번 총파업은 공동체의 안전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 무책임한 행동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어떤 형태로든 방역을 무력화하는 집회나 시위에 대해서는 정부가 하나하나 현장을 채증해 누구도 예외 없이 끝까지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같은 당부에도 민노총은 같은날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는 총파업과 관련해 '자제하고 대화로 해결하자'는 진정성 없는 공허한 말장난과 여론몰이만 하고 있다"라며 "헌법이 정한 기본권은 보장돼야 하고 그 적용은 만인에게 공평타당해야 한다"라고 총파업 강행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윤슬기 기자 seul9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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