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산업부 차장
[아시아경제 서소정 기자] "초등학교 돌봄교실을 저녁 7시까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경선 후보가 지난달 30일 발표한 ‘5대 돌봄 국가책임제’ 시행 공약을 둘러싸고 학부모들의 논란이 뜨겁다. 맞벌이와 저소득 가정 등의 돌봄 공백을 메우기 위해 저녁 7시까지 초등학생 돌봄을 학교에서 제공한다는 취지인데, 이를 두고 현장의 소리를 듣지 않은 ‘탁상 공약’이라는 비판이 우세하다. 문제는 ‘돌봄의 양’이 아니라 ‘돌봄의 질’이라는 것이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초등학교 1학년을 둔 한 맞벌이 부부는 "처음에 돌봄 교실이 오후 5시까지 운영한다고 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지만 실상 아이를 보내보니 실망감만 커졌다"면서 "돌봄의 질에 실망한 학부모들이 돌봄 교실 대신 사교육으로 전환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여름방학 기간에 아이를 돌봐줄 사람을 구하지 못해 학교 긴급 돌봄을 이용했던 한 학부모는 "아이가 돌봄 시간동안 별다른 활동 없이 유튜브만 시청하고 왔다는 사실을 알고 경악했다"며 "시간 때우기 식의 돌봄으로 양만 늘린다고 돌봄 공백이 해소되지 않는다는 진실을 알아줬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결국 돌봄의 질에 실망한 학부모들은 자의반 타의반 사교육에 의존하게 된다. 저소득층 아이들은 ‘돌봄’이라는 이름으로 교실에서 방치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학교도 할 말이 많다.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격상되면서 돌봄 수요는 넘치지만 급여가 낮은 봉사직으로 충원하다 보니 양질의 돌봄을 제공할 수 없다고 토로한다. 돌봄교사 채용에 어려움을 겪은 일부 학교는 "아주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돌봄교실 이용을 자제해달라"는 공지까지 하는 현실이다.
맞벌이 부부의 최대 시련은 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에 입학하는 시기에 찾아온다. 초등학교 1학년이 어린이집이나 유치원보다 수시간 일찍 끝나는 탓에 돌봄 공백을 메울 수 없는 부모들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사교육의 힘을 빌린다. 여성들의 경력단절도 아이의 초등학교 입학시기와 맞물린다. 숱한 육아 어려움을 감내해왔던 ‘직장 엄마’는 돌봄 공백을 메울 수 없어 사직서를 내고 만다.
특히 최근 2년째 코로나19 사태가 이어지면서 출산과 육아 벽에서 경력단절을 겪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 일자리위원회가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를 토대로 지난해 3월부터 올해 2월까지 취업자 현황을 조사한 결과 초등자녀가 있는 여성의 고용률은 61.2%에서 58.5%로 2.7%포인트 감소했다. 코로나19로 긴급 돌봄에 대한 부담까지 더해지면서 초등자녀가 있는 여성들이 일터에 복귀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출산율 반등에 성공한 독일의 경우 초등학교에 맞벌이 부부 등을 위한 호르트(Hort)가 있다. 학교 수업이 끝난 뒤 아이들은 취향에 맞게 악기 연주, 체육, 미술 등 다양한 활동을 즐긴다. 교사의 재량에 따라 자연학습을 하기도 하고, 연극 등 특별활동을 하기도 한다. 우리나라 출산율은 지난해 0.84명으로 역대최저치를 기록했지만 정부가 내놓은 지원책은 초라하기만 하다. 대선 레이스가 본격 시작됐다. 표심을 얻기 위한 포퓰리즘이 아닌 문제의 본질을 꿰뚫는 공약으로 승부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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