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들이 느끼는 무료함에는 금박을 둘렀으니 그들을 너무 불쌍히 여길 필요는 없다. 노래하는 이는 자신의 절망을 진정시킬 줄 안다. 단어의 마법에 대적할 마법은 절대 없다. 시인들은 어린아이처럼 이미지를 이용해 자신을 위로한다.”
이 내용은 작가 아나톨 프랑스(Anatole France. 1844~1924)가 소설가이자 극작가인 피에르 베베르(Pierre Veber. 1869~1942)에게 보내는 서신 중의 한 부분이다. 작가는 이 서신 첫 구절에서 성경 마태복음 24장 24절의 내용을 새롭게 해석해 설명하고 있다.
“가롯 유다의 운명은 가늠할 수 없을 만큼 놀랍다. 이 사람이야말로 옛 예언을 실현하기 위해 세상에 온 자이기 때문이다. (중략) 유다가 없었다면 예수의 신비는 완성되지 않았을 테고, 인류의 구원도 이루어질 수 없었을 것이다.”
이어 가롯 유다를 숭배했던 외게르 신부의 이야기로 이어진다. 이렇게 소설가였던 아나톨은 자신의 상상력과 세계관을 담은 명상록을 100년 전에 세상에 내놓았다.
100년 전 프랑스 소설가 아나톨은 ‘펭귄의 섬’을 비롯한 문학작품에서 이룬 성과를 인정받아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이를 기념해 그의 명사록 ‘에피쿠로스의 정원’이 번역돼 출간된 것이다.
이 명상록은 그리스 철학자 에피쿠로스가 자신의 철학을 논하던 곳이 ‘정원’이었다는 점에서 붙인 제목이다. 아나톨이 평소 존경했던 철학자 에쿠로스에 대한 깊은 이해와 존경심이 책 곳곳에서 느낄 수 있다. 또한 고대 그리스·로마 작가들과 철학자들에 대한 아나톨의 이해와 고찰도 엿볼 수 있다.
1844년에 태어난 아나톨 프랑스는 서적상의 아들로서 일생을 책과 더불어 보냈으나, 모국 프랑스의 격변기를 몸소 겪었던 소설가이자 비평가이다. 풍자적이고 회의적이며 세련된 비평으로 당대 프랑스의 이상적인 문인이라는 평을 받았다.
18세기 말 프랑스 혁명 이후 나폴레옹이 집권하던 제정시대, 이어서 나폴레옹이 물러나고 다시 부르봉 왕정이 복구되어 루이 18세가 집권한다. 이어 7월 혁명과 2월 혁명 후 제2공화국이 들어서는 시대를 살았다.
식민제국의 프랑스가 확장되고 정교분리 원칙이 확립되어 가는 시기와도 맞물려지는 변혁과 혁명의 시대를 살면서 겪은 삶의 철학이 그의 작품 속에 녹아 있는 것이다.
이 책을 관통하는 주제는 ‘우리의 정원을 가꾸자’로서 여러 차례 등장하고 있다. 이는 철학자 볼테르의 정신과도 일맥상통하며 볼테르가 남긴 가장 유명한 문장이기도 하다. 아나톨은 “혁명을 일으켜본 자들은 후대가 혁명에 나서고 싶어 하는 상황을 견디지 못한다”라고 할 정도로 비판적이다.
혁명가들이 기득권자가 되고 그들이 새로운 혁명과 변화를 거부하면서 후대의 요구에 대해서는 혀를 차는 일명 ‘꼰대’가 되는 현상을 말한다. 또한 우리 역사를 보더라도 영구집권을 꿈꾸고 종신 권력을 가지려고 하지 않았는가.
프랑스의 유명한 작가들에게 보내는 서신 속에 이런 주제와 메시지가 가득한 아나톨의 명상록은 ‘꼰대’로 살아가는 기성세대에게도 주는 메시지가 가득하다. 에피쿠로스의 정원(B612 북스 간)이 10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메시지로 다가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책 속에 분명 그 답이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북 칼럼니스트 최경필 아시아경제호남 객원기자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