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화자찬 빠진 정부?…'남아공 대통령 삭제', '쇠퇴하는 일본' 잇따른 외교결례 논란

남아공 대통령 잘라낸 G7 사진 이어 '일본 비난' 홍보물까지
"국격 떨어지는 소리 들려" 뭇매 맞고 수정
이종훈 평론가 "사실 왜곡, 국민 기만행위" 비판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8일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홈페이지에 '쇠퇴하는 일본'이라는 문구가 담긴 카드뉴스를 제작해 올렸다. 현재는 수정 조치됐다. /사진=대한민국 정책브리핑 홈페이지 캡처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8일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홈페이지에 '쇠퇴하는 일본'이라는 문구가 담긴 카드뉴스를 제작해 올렸다. 현재는 수정 조치됐다. /사진=대한민국 정책브리핑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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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강주희 기자]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가 또다시 '외교 결례'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달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단체 사진 홍보물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 부분을 잘라내고 게재한 데 이어, 이번에는 '쇠퇴하는 일본'이라는 문구가 담긴 카드 뉴스를 제작했다.


시민들 사이에선 "우리나라 공적 알리기 위해 다른 국가 비하해야 하나", "국격 떨어지는 소리 들린다" 등 정부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연일 한국을 '선진국'이라고 홍보하지만 다른 국가에 대한 정부의 태도는 전혀 선진국답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정치평론가는 문체부의 이번 홍보에 대해 "사실을 왜곡하고,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문체부 국민소통실은 지난 8일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홈페이지에 '쇠퇴하는 일본, 선진국 격상 대한민국'이라는 내용이 담긴 카드 뉴스를 게시했다. 이 카드 뉴스는 강철구 배재대 일본학과 교수의 기고문을 소개하는 내용으로, 기고문 일부를 발췌해 제작한 것이다.


카드 뉴스에는 "일본 코로나 방역 실패와 경기침체로 국력 저하 지속, 아사히신문 '일 정부 무능' 비판"이라는 내용과 "한국 국력은 비약적 성장, 유엔무역개발기구 '한국 지위, 개도국 → 선진국' 변경"이라는 내용이 적혀있다.


문제는 문체부가 '쇠퇴하는', '국력 저하', '무능' 등 특정 국가를 비하하는 취지의 내용을 담아 공식 홍보물로 제작했다는 점이다. 문체부는 심지어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를 '유엔무역개발기구'라고 잘못 지칭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정부 공식 홍보물에서 타국가를 폄하하는 단어를 사용한 것은 무례하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한 시민은 국민신문고에 카드 뉴스 제작 담당자에 대한 징계 민원을 제기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지난달 공개한 주요 7개국(G7) 정상 회의 홍보 포스터. 왼쪽은 정부가 처음 게재한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 부분이 잘려있는 홍보물. 오른쪽은 원본 사진으로 수정한 포스터. /사진=대한민국 정책브리핑 홈페이지 캡처

정부가 지난달 공개한 주요 7개국(G7) 정상 회의 홍보 포스터. 왼쪽은 정부가 처음 게재한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 부분이 잘려있는 홍보물. 오른쪽은 원본 사진으로 수정한 포스터. /사진=대한민국 정책브리핑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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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가 하면, 문체부는 지난달 13일 G7 정상회의 단체 사진을 포스터로 제작해 '대한민국 정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면서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을 부분을 잘라내 논란을 빚기도 했다.


사진 속에는 G7 정상회의가 열린 영국 콘월의 카비스베이를 배경으로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각국 정상들이 모여 기념 촬영을 한 모습이 담겼는데, 왼쪽 끝에 위치한 라마포사 대통령 부분을 삭제한 것이다. 일각에선 중앙 부분에 위치한 문 대통령을 더 돋보이게 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사진을 편집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또 홍보물에는 '사진 한 장으로 보는 대한민국의 위상', '이 자리 이 모습이 대한민국의 위상입니다. 우리가 이만큼 왔습니다' 등의 문구가 담겼는데, 이를 본 시민들은 "다른 나라 대통령 삭제하는 게 나라의 위상이냐", "무례하고 부끄럽다" 등 비난이 쏟아졌다.


문제의 홍보물 관련 논란이 확산하자, 문체부는 "이미지 제작 과정에서 실수가 있었다", "(강 교수의) 기고문을 알리기 위해 제작하다 보니 원문의 내용을 반영하게 된 것" 등 해명을 내놨다. 그러나 타 국가에 대한 존중은 없는 '자화자찬 홍보물'을 잇따라 공개하면서 스스로 국격을 훼손하고 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문체부 홍보물에 대해 "아마추어적"이라면서 "설령 일본과 외교적 갈등이 있더라도 정부 기관이 특정 국가에 대해 비하 표현을 하는 것은 금기다. 기본적으로 해서는 안 될 일이고, 외교적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진에서 다른 국가 대통령을 삭제한 것 역시 그 국가를 무시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라며 "일본에 역사 왜곡, 사실 왜곡을 하지 말라고 하는데, 정부가 하는 행동이 지금 그렇다. 살짝살짝 가필하고, 적당히 눈을 가려도 된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은데 이것이 사실을 왜곡하는 것이고, 이는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강주희 기자 kjh81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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