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말없이 비타민 두고 간 새마을금고 선거 후보… 금품 등 제공의 의사표시죄"

서울 서초동 대법원. /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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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대현 기자] 새마을금고 중앙회장 선거에 출마해 투표권자들에게 비타민 박스를 돌린 지점 이사장이 대법원에서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16일 대법원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새마을금고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지점 이사장 A씨의 상고심에서 벌금 1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A씨는 2017년 새마을금고 중앙회장 선거 대의원 11명에게 비타민 13박스(시가 45만5000원 상당)를 제공한 혐의로 넘겨졌다. 그는 "새마을금고 발전에 관심이 많다"며 자신이 선거에 출마하면 투표해 달라는 듯한 태도를 보인 것으로 조사됐다.


현행 새마을금고법 제22조 2항 1호는 '누구든지 자기 또는 특정인을 금고의 임원으로 당선시킬 목적으로, 회원이나 그 가족에게 금품 등을 제공, 제공의 의사표시 또는 제공을 약속하는 행위를 해선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1심은 "선거와 관련한 금품 제공 행위는 선거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으로 죄질이 불량하다"며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이후 A씨 측은 비타민을 돌린 11명 중 1명인 B씨에 대해선 전화 통화를 하거나 실제로 만난 적이 없어 검찰의 공소장에 기재된 '금품 등 제공죄'가 성립되지 않는 취지로 항소했다. 당시 A씨는 부재중인 B씨를 대신해 사무실 내 다른 직원인 C씨에게 비타민을 주고 간 것으로 조사됐다.


2심은 A씨가 무죄를 주장한 부분에 대해 '금품 등 제공죄' 대신 '금품 등 제공의 의사표시죄'를 적용해 1심과 마찬가지로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비록 B씨가 A씨로부터 선거 관련 금품인 비타민을 수령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C씨를 통해 비타민이 자신에게 제공된 사실을 알 수 있는 객관적 상태였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인 불이익을 초래할 염려가 없다고 인정되면 공소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되는 범위 내에서 법원이 공소장 변경 없이 직권으로 공소장에 기재된 공소사실과 다른 공소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대법원도 이 같은 판단이 옳다고 봤다. 재판부는 "원심은 새마을금고법 제22조 2항 1호에서 정한 '제공의 의사표시' 및 불고불리 원칙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상고를 기각했다. '불고불리의 원칙'이란 법원은 검사가 공소를 제기해야만 심리를 개시할 수 있고, 공소장에 기재된 범죄사실만 판단할 수 있다는 원칙을 말한다.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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