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샘 상암 사옥. [사진제공=한샘]
[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 박소연 기자] 국내 1위 가구업체 한샘의 매각을 바라보는 가구 업계의 시각은 거의 일치한다. 창업주 조창걸 명예회장이 매각을 통해 승계 문제를 매듭지으려 한다는 데 이견이 없다.
전문경영인 체제로 후계가 없는 한샘은 수년전부터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의 잠재 매물로 거론돼 왔다. 현 시점에서 매각을 결정한 것은 1939년생인 조창걸 명예회장이 여든을 훌쩍 넘긴데다 코로나19로 인해 가구 인테리어에 대한 수요가 폭증한 상황에서 최고점 매각을 노릴 수 있기 때문이다.
14일 한샘 관계자는 "승계문제가 핵심이다. 회장님 연세가 많아서 오래 전부터 지주회사 형태로 갈 것이냐, 매각할 것이냐를 두고 계속 검토해왔다"면서 "활발하게 활동은 하고 있지만, 고령으로 인한 다른 문제들이 발생하기 전에 확실하게 정리를 하고 싶었을 것"이라고 했다.
창업주인 조 명예회장은 1남 3녀를 뒀지만 장남은 2012년 사망했고, 남은 세자매도 모두 회사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조 회장 자녀들 지분은 조은영(1.32%, 31만1500주), 조은진(0.72%, 16만8750주), 조은희(0.88%, 20만7400주) 등 다 합쳐도 3% 정도에 불과하다. 딸들의 낮은 지분율을 보면 애초부터 딸들을 통한 경영승계는 염두에 두지 않은 것이다.
한샘은 지난 27년 동안 전문경영인 체제를 이어오고 있다. 조 명예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1994년부터 2019년까지 최양하 대표이사가, 2019년 말부터는 강승수 대표이사 회장이 회사를 이끌고 있다.
창업주이자 최대주주인 조 명예회장의 지분(15.45%), 특수관계자(14.74%), 테톤캐피탈파트너스(8.43%), 국민연금(6.92%), 기타(54.46%) 등으로 이뤄져 있다. 이 가운데 매각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는 것은 조 명예회장과 특수관계자가 갖고 있는 지분(약 30.19%)이다.
한샘은 약 2년 전에도 글로벌 PEF인 칼라일, 국내 PEF MBK파트너스, CJ 등과 매각 논의를 진행했었다. 작년에는 신세계와 매각 협상설이 돌았고, 올 들어선 1조원 수준에서 현대리바트와의 협상을 진행한 것으로 전해진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현대리바트와도 협상이 진행됐으나 최종 결렬됐다"고 귀띔했다. 이번 한샘 인수전에는 IMM 프라이빗에쿼티(PE)와 한앤컴퍼니 등을 비롯해 LG가전부문, SK쇼핑부문 등이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IMM PE가 인수하는 방안이 가장 유력하다. 이르면 이번 주말 약 1조3000억원 안팎(주당 20만원)에 양해각서(MOU)를 맺을 것으로 알려졌다.
가구업계 관계자는 "매출과 시총 증가로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지금이라면 몸값을 제대로 받을 수 있지 않겠느냐"면서 "조 명예회장은 고령에 따른 후계자 선정과 승계 문제, 기업 경영 등 회사 안팎의 여러 문제들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2017년 가구업계 최초로 매출 2조원을 넘겼지만 코로나19 이전까지 내리막길을 걷고 있었다. 2018년에는 매출 1조9300억원으로 선방했지만, 영업이익이 560억원으로 반토막이 났다. 2019년에는 매출이 1조6900억원대로 떨어졌다가, 지난해 코로나19로 재택근무가 늘면서 실적이 회복됐다.
지난해 매출은 다시 2조를 넘어섰다. 매출 2조675억원, 영업이익 930억원을 달성했다. 영업이익률은 2018년 2.91%, 2019년 3.28%, 2020년 4.50%로 개선되는 추세다. IB업계에선 대내외적 경영환경을 반영해 한샘의 몸값을 주당 20만~25만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현재 주가 대비 2배 규모다. 인테리어와 리모델링 수요가 높아지는 만큼 성장성이 높다는 평가에서다.
한편, 한샘 내부에서는 사모펀드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회사를 성장시키고 안정화 할 수 있는 대기업 인수를 희망하는 의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샘은 14일 오후 조회공시를 통해 매각 관련 사항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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