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9차 전원회의에서 사용자위원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왼쪽)와 근로자위원인 이동호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사무총장이 고민하고 있다. 의결까지 가기 전에 밤샘 회의와 지난한 격론이 기다리고 있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이미지 출처=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세종=아시아경제 문채석 기자]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눈앞에 둔 12일 오후 노동계와 경영계가 마지막 줄다리기에 들어갔다. 좁혀야 할 간극은 1700원(시급 기준 노동계 1만440원-경영계 8740원)이다. 올해도 밤샘 협상이 이어질 것이 유력하며 박준식 위원장도 이를 암시했다. 박 위원장은 9차 회의 모두발언에서 "오늘은 긴 시간 동안 여러 차례에 걸쳐 노사 양측에 수정안 제출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저임금을 심의·의결하는 사회적 대화 기구인 최저임금위원회는 이날 오후 3시부터 정부세종청사에서 제9차 전원회의를 열어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를 이어갔다. 최저임금위는 이르면 이날 밤 내년도 최저임금 의결을 시도할 전망이다. 이날 밤에도 결론을 못 내리면 13일 새벽 제10차 전원회의를 열어 의결할 가능성이 유력하다.
노사 양측은 박 위원장의 요청에 따라 이번 회의에서 내년도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의 2차 수정안을 제출해야 한다. 2차 수정안에서 1700원의 간극을 대폭 줄이지 않는 이상 박 위원장이 '심의 촉진 구간'을 제시하며 그 범위에서 3차 수정안을 내라고 요청할 수 있다. 심의 촉진 구간은 공익위원 9인의 기본적인 시각이 담긴 것이라 심의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공익위원은 이견이 뚜렷한 근로자위원 9명, 사용자위원 9명 사이에서 가장 의미 있는 의사결정을 행사하는 이들이다.
그러나 심의 촉진 구간만으로 결론이 난다고 단정짓긴 어렵다. 노사 중 한 쪽이 심의 촉진 구간 등에 불만을 품고 퇴장할 경우 정상적인 심의가 어려워질 수 있다. '8720원'으로 결론 난 지난해 협상을 예로 들면 공익위원이 '8620원~9110원'의 심의 촉진 구간을 제시했지만 양측 이견이 전혀 좁혀지지 않아 공익위원이 재차 1.5% 인상안을 제시, 근로자위원들이 이에 반발해 퇴장한 뒤 공익위원 9명과 사용자위원 7명만 투표를 해 '찬성 9-반대 7'로 안이 확정된 바 있다.
노사는 9차 회의 모두발언까지도 1~8차 회의처럼 각자의 근거를 제시하며 평행선을 달렸다. 근로자위원인 박희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부위원장은 "현 정부의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이 물거품이 된 데 대해 현장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최대 사기 공약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동호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사무총장도 경영계의 1차 수정안(올해보다 0.2% 인상)을 월급으로 환산하면 올해보다 약 4000원 높은 수준이라고 알렸다. 이 총장은 "한 달에 4000원이 더 생긴다고 한들 이 돈으로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라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올해 정부가 전망한 경제성장률은 4.2%이며 물가상승률은 1.8%"라며 "경제 전망치도 반영하지 않은 사용자위원들의 수정안에 노동자위원들은 허망한 마음을 감추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사용자위원들은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소상공인, 자영업자가 어떻게 대폭 오른 최저임금을 감당할 수 있겠냐는 주장을 이어갔다.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전무는 "코로나19 사태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는 생존 자체가 목표"라며 "최저임금이 또 오르면 도저히 감내할 수 없는 상황으로 악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태희 중소기업중앙회 스마트일자리본부장도 "(임금을) 주는 쪽의 능력을 보지 않고 무작정 올리기만 할 경우 결과는 분명하다"며 "상당수 영세 중소기업들이 문을 닫게 될 것이고 능력이 안 되면 법 위반으로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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