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최저임금에 발목잡힌 노동존중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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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아시아경제 문채석 기자] 노동계가 2022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을 23.9%로 제시했다. 이대로라면 최저임금은 시간당 8720원에서 1만800원으로 올라간다.


최저임금을 올려달라는 노동계의 입장은 불평등 해소와 소비진작이다. 노측은 "코로나19로 경제 불평등과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 최저임금이 대폭 인상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경영계는 아직 내년도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을 내놓지 않았지만, 동결 수준의 금액을 제시할 가능성이 유력하다.

임금을 큰 폭으로 올려달라는 노동계의 요구를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 당장 호주머니가 두둑하면 형편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영계 등 이해관계자들은 문재인 정부 초기 최저임금을 급격히 올린 전례에 트라우마를 갖고 있다. 집권 후처음 결정된 최저임금 인상률은 16.4%, 2019년에는 10.9%에 달했다. 2년 합치면 27%를 넘는 수치다.


이후 급격한 인상에 따른 반작용과 전례없는 코로나19사태에 3년차와 4년차에는 각각 2.9%, 1.5%로 인상률을 급격히 낮췄지만, 초기 두차례의 인상률은 너무나 선명히 뇌리에 남아 있다. 특히 최근 4년간 결정된 최저임금 인상률을 보면 현 정부의 정책실패가 고스란히 담긴 걸 알 수 있다. 집권 초 최저임금 인상에는 소득주도성장을 추진하기 위한 정부의 호기가 담겼고, 그 이후에는 정책선회 의도를 엿보였다.

최근 만난 재계 관계자는 연간 7~8%로 해마다 고르게 올린 박근혜 정부와 현 정부를 비교했다. 이 관계자는 "연평균으로 보면 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률은 큰 차이가 없다"면서 "집권 초기 2년간 지나친 친노동행보에 기업이 더 큰 타격을 받았다"고 진단했다. 올해 20% 이상 최저임금이 오를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게 대체적인 분위기다. 정부 과욕에 노동존중 사회라는 국정기조마저 흔들리게 됐다.




세종=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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