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년 만에 법외노조 통보법 폐지 강행

22일 국무회의 의결…시정 요구 외 행정규율 체계 사라져
경영계 "사업장 내 노조활동 정부 가이드라인 조속히 마련"
정부 "불필요한 분란 만들 소지…가이드 마련 계획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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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아시아경제 문채석 기자] 앞으로 정부는 노동조합법상 결격 사유가 생긴 노조에 대해 '노조아님(법외노조)' 통보를 할 수 없게 된다. 실업자, 해직자 등 '비종사 조합원'도 기업별 노조에 가입할 수 있게 된다. 노사 분규가 심각해져 격렬한 노조 활동이 벌어질 경우 이를 제어할 행정력은 사실상 사라진다.


정부는 22일 국무회의에서 법외노조 통보 규정을 폐지하는 내용이 포함된 노조법과 공무원노조법, 교원노조법 등 3개 법 시행령 일부개정안을 심의·의결했다. 소위 '노조할 권리'라 불리는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사항 비준을 위해 지난해 12월 개정한 노동관계법이 다음 달 6일부터 적용되는데, 법에서 시행령에 위임한 사항을 의결한 것이다.

핵심은 노조법상 결격 노조라도 정부가 이들을 법외노조로 판단해 규율하기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1988년 법외노조 통보 제도 설립 후 34년 만에 제도를 폐지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가 결격 노조에 30일 안에 시정 요구를 할 수 있다는 문구는 유지됐지만 실효성이 낮다. 정부 관계자는 "시정 요구 후 정부가 후속 조치를 강행하기 어렵기 때문에 사실상 행정 규율 수단이 사라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노조법상 결격 노조는 사측 인사 또는 근로자가 아닌 이가 노조에 가입하거나, 정치 운동을 주 목적으로 하는 노조를 의미한다.


경영계는 결격 노조와 비종사 조합원의 노조 활동이 늘 것으로 우려한다. 최소한 비종사 조합원이 사업장 내 필수 생산 시설, 안전 유지 시설, 임원실 등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고 출입 전 사측의 승인을 받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정부의 공식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시행령에 담기 어렵다면 고시에라도 담아달라고 촉구했다. 규정상 비종사 조합원은 '사용자의 효율적인 사업운영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사업장 내 노조 활동을 할 수 있다.


추광호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정책실장은 "'효율적인 사업운영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에 대한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기준이 없으면 이에 대한 노사 간 해석이 다를 수밖에 없어 혼란이 야기될 것"이라며 "정부가 비종사 조합원의 사업장 내 노조활동 범위에 대한 현실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등 개정 노조법 시행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을 다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내면 자칫 불필요한 노이즈(분란)를 낳을 수 있어 사업장 내 노조 활동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낼 계획은 없다"고 일축했다.




세종=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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