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펌 출신 판사… '후관예우' 사라진다

'형사소송법 개정안' 본격 시행… 판사, 근무했던 로펌 사건 2년간 못 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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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 변호사 출신 판사가 출신 로펌에 유리한 판결을 내리지 못하도록 하는 '후관예우 방지법'이 본격 시행됐다. 판사나 검사 출신 변호사들이 재판에서 유리한 입지를 확보하는 '전관예우'와는 반대로, 변호사 출신 판사가 과거 몸 담았던 로펌이나 기업에 유리한 판결을 내리는 논란을 사전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최근 판사가 과거 근무한 법무법인의 사건을 2년간 맡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 시행에 들어갔다.

후관예우에 대한 우려는 2013년 경력 변호사 등을 법관으로 임용하는 법조일원화제도가 시행되면서 부각됐다. 판사가 과거 자신이 몸담았던 로펌이나 기업 등과 유착한다는 지적이 계속돼서다.


법원이 '법관등의 사무분담 및 사건배당에 관한 예규'를 통해 법관이 로펌에서 퇴직한 날로부터 3년간 해당 로펌에서 수행하는 사건을 배당받을 수 없도록 했지만 실효성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법원장이 예외 사유를 들어 특정 판사에게 특정 사건을 배당할 수 있었던 탓으로 법원 예규가 아닌 법률로 사건 배당을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던 이유이기도 했다.


국회에서도 문제점을 지적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법조일원화가 더 진행된다면 절대 다수의 판사들이 로펌이나 기업 사내변호사 출신으로 채워질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이제 전관예우를 넘어 후관예우가 문제되는 시점이 왔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대법원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를 살펴보면 법조일원화 제도가 시행된 2013년부터 2020년 8월까지 법관으로 임명된 변호사 총 309명 중 '10대 로펌' 출신 변호사는 152명(49.1%)에 달했다. 로펌별로는 김앤장법률사무소 출신이 43명으로 전체의 13.9%를 차지했고 바른과 세종, 광장이 각각 22명(7.1%), 20명(6.5%), 18명(5.8%)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 포스코, LG화학, 금융감독원 등 기업이나 공공기관 사내변호사 출신도 눈에 띄었다.


이에 후관예우 방지법에는 법관이 사건에 관해 피고인의 변호인이거나 피고인·피해자의 대리인인 법무법인 등에서 퇴직한 날로부터 2년이 경과하지 아니한 때, 법관이 피고인인 법인·기관·단체에서 임원 또는 직원으로 퇴직한 날부터 2년이 지나지 아니한 때가 제척사유에 추가됐다. 법무법인(유한), 법무조합, 법률사무소, 외국법자문사법 제2조제9호에 따른 합작법무법인 등이 모두 대상이다.


법조계에서는 후관예우 방지를 법률로 정해 제한을 두기로 한 만큼 재판 공정성 제고에는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유착관계 논란이 사전 차단돼 중장기적으로는 사법 신뢰까지 높일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이번 개정안에 대한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판사 수가 적은 법원까지 정확하게 적용하려면 결국 운용 시스템에 문제가 생길 것"이라며 "반대로 재판부를 확인한 변호인 측이 판사를 기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역이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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