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남의 땅에 조상묘… 분묘기지권 있어도 토지 사용료 내야"

서울 서초동 대법원. /문호남 기자 munonam@

서울 서초동 대법원. /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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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대현 기자] 분묘기지권을 인정받더라도 땅 주인에게 토지 사용료를 지불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분묘기지권이란 땅 주인의 허락 없이 분묘를 설치한 경우 20년 이상 분쟁 없이 평온하게 공개적으로 분묘를 관리해왔다면 인근 땅을 점유할 수 있는 권리다.


13일 대법원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주식회사 A사가 B 종중을 상대로 낸 분묘 지료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지법에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앞서 B 종중은 A사가 2013년부터 사들인 경기 동두천시 일대 토지에 분묘를 설치·관리하고 있었다. 1975년과 1988년 2차례에 걸쳐 B 종중이 해당 토지의 소유권을 국가 등에 매각했지만, 분묘는 그대로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A사는 B 종중의 분묘 때문에 소유권 행사를 방해받고 있다며 분묘의 철거 및 토지 사용료 등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반면 B 종중은 '해당 분묘가 1800년대부터 설치됐다'며 분묘기지권 취득을 근거로 A사의 요구를 거부했다.


1심은 A사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당시 재판부는 "부동산 전 소유자들과 B 종중 사이에 분묘 이장 합의가 있었다는 입증이 없다"며 "B 종중이 분묘기지권을 취득했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록상 원고와 피고 사이에 지료에 관한 약정이 있음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도 없다"며 "원고는 피고의 점유에 따른 토지 사용료 상당의 손해배상을 구할 수 없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덧붙였다. 2심도 이 같은 판단이 옳다고 보고 원고의 항소를 기각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했다. B 종중이 분묘기지권을 취득했다고 해도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토지 사용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재판부는 "자기 소유 토지에 분묘를 설치한 사람이 토지를 양도하면서 분묘를 이장하겠다는 특약을 하지 않음으로써 분묘기지권을 취득한 경우 분묘기지권이 성립한 때부터 땅 주인에게 토지 사용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며 "원심은 양도형 분묘기지권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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