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3兆 단기일자리 고용유지율 38%…예고됐던 하락(종합)

2019년보다 13.5%P 하락
정부 지원 끊기자 제 구실 못해
청년 위한 질 높은 일자리·플랫폼 경력개발 지원 필요
안경덕 고용부 장관 "민간고용 최대한 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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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아시아경제 문채석 기자] 정부가 만든 직접일자리의 고용유지율이 지난해 큰 폭으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나랏돈으로 만든 일자리가 지원이 끝난 후에도 민간고용으로 얼마나 연계되는지를 비율로 따진 것인데, 지원이 끊기자 더 이상 일자리 기능을 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정부가 시장의 수요와 관계없이 일자리를 만드는데만 집중한 결과다.


고용노동부가 8일 국무회의에 보고한 '재정지원 일자리사업 효율화 방안’에 따르면 지난해 정부 직접일자리 사업의 고용유지율은 37.8%로, 전년보다 13.5%포인트 하락했다. 10명 가운데 일자리를 유지한 사람이 2019년 5명에서 지난해에는 4명도 채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정부가 연도별로 직접일자리를 포함해 재정지원 일자리사업을 평가하기 시작한 2018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고용유지율이 떨어진 것은 지난해 정부가 재정을 통한 일자리 창출에 집중한 반면, 민간의 고용창출 여력은 떨어졌기 때문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고용유지율은 정부 지원이 끝난 후 노동시장에 제대로 진입한 인력이 얼마나 되는지 판단하는 지표"라며 "결과적으로 우리나라의 고용시장 체질 개선이 더뎌지고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정부는 그동안 재정을 투입한 직접일자리 창출에 무게를 뒀다. 직접일자리 사업 참여자는 2019년 81만4000명에서 지난해 97만명으로 크게 늘었다. 윤동열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정부는 재정 일자리 사업을 통해 질 좋은 일자리를 효과적으로 만들어냈는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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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을 투입한 직접일자리의 고용유지율이 떨어진 것은 정부 주도로 일자리를 만들더라도 민간 지원 없이는 결국 일회성에 그친다는 점을 보여준다. 쉽게 말해 직접 일자리가 민간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정부가 만든 일자리가 소위 '스펙'이 돼야 하는데, 직접일자리의 대부분이 단순업무라 연계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직접일자리에는 5대강지킴이, 쓰레기수거사업, 미세먼지 불법배출 예방감시 등이 포함돼 있다. 지난해에는 빈 강의실 전등끄기가 청년 직접일자리 사업에 포함돼 빈축을 사기도 했다.

고용유지율 하락은 정부가 일자리 유지 보다는 만들기에만 주력한 결과로도 볼 수 있다. 정부의 직접일자리 사업 규모는 2018년 81만4000명에서 지난해 97만명으로 늘었다. 또 지난해 정부는 추가경정예산을 포함해 2조9451억원을 직접 일자리에 투입했다. 본예산으로 한 해 전보다 37.6%(7808억원) 늘어난 2조8587억원이 편성했는데 864억원을 추가 투입한 것이다. 결국 제대로 된 일자리 보다는 고용률 유지에 보다 신경썼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고용부가 국무회의에서 보고한 '재정지원 일자리사업 효율화 방안'에 따르면 직접 일자리 외 직업훈련, 고용서비스, 고용장려금, 창업지원, 실업소득 유지 등 6개 항목을 모두 포함한 전체 재정 일자리 사업 평가 결과도 좋지 않았다. 지난해 정부가 진행한 145개의 내역사업 중 '우수' 등급은 14개로 전체의 9.7%에 불과했다. '양호'는 81개, '개선 필요'는 36개, '감액'은 14개였다. '감액' 사업으로 평가받으면 내년도 예산 삭감 내지는 사업 폐지까지 갈 수 있다. 고용부는 다만 등급별 구체적인 사업 내역은 공개하지 않았다. 고용부 관계자는 "올 연말 사업별 등급 대국민 공개를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고용부에 따르면 직접 일자리 사업 중 가장 민간 취업률이 높은 사업은 '새일센터 지정운영'(여성가족부·236억원 투입·7777명 채용), '문화예술기관연수단원육성'(문화체육관광부·104억원·515명), '산사태현장예방단' 등 '산림재해일자리'(산림청·990억·1만2326명) 순이다.


노동연구원장을 역임한 최영기 한림대 경영학부 객원교수는 "정부가 직접 일자리 정책의 사업성을 고려하기보다 '노인', '여성' 등 특정 고용취약계층 일자리 육성이라는 목표를 세워 놓고 연 2조~3조원의 직접 일자리 재정을 투입하는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차라리 취약계층에겐 직업훈련 지원 등을 하고 플랫폼 업계가 자율적으로 설립 추진 중인 공제조합 조직 과정에서 데이터 및 보건 서비스를 지원하는 식으로 맞춤형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윤동열 교수도 "코로나19 위기 이후 다른 나라도 단기 일자리 사업에 재정을 투입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지금은 백신 접종자가 늘어나는 등 코로나19 회복 국면에 서서히 진입하는 시점"이라며 "이제는 단기 일자리에 재정을 투입하기보다 청년을 위한 질 높은 일자리와 산업 구조 개편으로 늘어난 플랫폼 노동자 경력 개발 지원 사업 등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정부는 이날 재정 일자리 사업을 보다 민간과 연계하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이를 위해 국민취업지원제도와 직접일자리 참여자 등을 민간 일자리에 진입할 수 있도록 최대한 유도할 방침이다. 일자리사업 성과평가에 '훈련·취업지원 연계율'를 지표를 신설하고 고용서비스기관별 기관평가에 반영할 예정이다.


안경덕 고용부 장관은 "위기 국면에서 공공일자리 창출 및 고용유지 중심 정책이 버팀목 역할을 했었으나, 이후에는 민간일자리 취업지원으로 우선순위를 전환할 필요가 있다"며 "노동시장 회복을 위해 실업자와 경력단절여성 등이 다시 민간 일자리로 복귀하고, 청년이 신속히 노동시장에 진입하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세종=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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