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막으려다, 범인 잡으려다…올들어 경찰 50명 쓰러졌다

사흘에 1명꼴 공무 중 다쳐
안전사고 32명·범인피습 10명
최근 5년간 8719명 공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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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관주 기자] 지난 3월 11일 오후 9시55분께 전북 전주시 완산구 한 아파트 앞. 마약 용의자 검거를 위해 출동한 전북경찰청 마약수사대 소속 A(53) 경감은 차를 몰고 도주하려는 용의자 B(36)씨의 앞을 막아섰다. 경찰관들이 차를 둘러싼 상황에서 B씨는 그대로 차를 몰았고, A 경감을 들이받은 뒤 멈춰섰다. B씨는 경찰에 검거됐지만, 차량에 깔린 A 경감은 머리와 다리 등을 다쳐 병원으로 이송됐다.


앞서 1월 22일 오후 1시께 경기 남양주시에서는 상습 마약사범이 환각 상태에서 휘두른 흉기에 C(55) 경위와 D(40) 경장이 다쳤다. C 경위는 종아리를 찔렸고, D 경장은 목과 손바닥 등을 긁혀 응급실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경찰관들에게 흉기를 휘두른 마약사범은 전과 25범에 출소한 지 12일밖에 안 된 상습범이었다.

치안현장에서 공무를 수행하다 다치는 경찰관이 늘고 있다. 7일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1~4월 공상 경찰관은 50명으로 집계됐다. 사흘에 1명꼴이다. 공상 사유는 안전사고가 32명으로 가장 많았고, 범인피습이 10명, 교통사고 7명, 질병 1명 등이었다. 최근 5년으로 범위를 넓히면 공무 중 다친 경찰관은 총 8719명이다. 연도별로는 2016년 1867명, 2017년 1630명, 2018년 1831명, 2019년 2075명, 지난해 1266명이었다. 작년의 경우 코로나19 확산에 현장 출동이 줄면서 공상이 감소했다는 분석이다. 지역별로는 치안 수요가 많은 서울(1894명)·경기남부(1410명)의 공상 경찰관이 많았다.


범인으로부터의 피습보다 안전사고에 의한 공상이 많다. 5년간 공상 사유는 안전사고가 4044명, 범인피습 2503명, 교통사고 1936명, 질병 236명으로 나타났다. 현장 출동 경찰관들의 안전 확보 문제는 지난해 12월 교통정리 근무 중 순직한 고(故) 이성림 경사 사건에서도 드러났다. 현장 경찰관 커뮤니티 ‘폴네띠앙’은 "교통경찰관들을 사지로 내모는 위험한 근무는 개선돼야 한다"는 성명을 낸 바 있다.


범인피습 상황에서 적극적인 공권력 사용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경찰대 치안정책연구소의 ‘경찰 물리력 행사기준에 따른 장구 사용 효과성 분석을 위한 사례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경찰이 사용한 물리력 대부분은 수갑(95.8%)이었다. 일명 ‘테이저건’으로 불리는 전자충격기는 4.5%, 권총 사용은 0.3%에 그쳤다. 실탄 사격에는 멧돼지 출현 대응 등도 포함돼 있어 범인 제압에 사용된 사례는 극히 드문 것으로 분석됐다. 경찰 관계자는 "순직·공상 경찰관들의 예우와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며 "현장의 근무환경과 안전 대책을 지속적으로 점검·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관주 기자 leekj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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