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 분리하더라도 지하실 배치는 인권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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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관주 기자]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의 가해자·피해자 분리를 위해 가해자의 근무장소를 '지하실'로 변경한 것은 인격권 및 건강권을 침해한 행위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는 근무장소가 지하실로 변경돼 인격권과 건강권을 침해당했다는 학교 사무직원의 진정을 받아들여 이 학교 이사장에게 유사 사안 처리 시 피분리자의 기본권을 고려하라는 권고를 내렸다고 12일 밝혔다.

진정인은 직장 내 괴롭힘 행위자로 지목돼 근무 장소 분리 명령을 받았는데, 근무 장소로 적합하지 않은 지하공간으로 근무 장소를 옮기도록 지시한 것은 인권침해라며 진정을 제기했다.


이 진정인은 지난해 3월 다른 직원들에게 욕설, 업무 전가 등을 했다는 이유로 학교 본관 지하 1층에 위치한 공간으로 근무장소가 변경됐다. 그는 이곳에 약 5개월간 출근하다가 전 이사장에게 금품을 제공한 혐의로 같은 해 8월 최종 해임됐다.


인권위는 이 지하실을 조사해 자연 채광이 되지 않고 환기에 어려움이 있으며 근처에 기름이 담긴 제초기를 보관한 창고가 있어 심한 기름 냄새가 나는 것으로 파악됐다.

학교 측은 "진정인이 근무했던 공간은 과거에 학교버스 운전기사들이 휴게실로 쓰던 곳"이라며 "더 나은 근무환경을 제공하고 싶었지만 학생들이나 교사들이 사용하는 장소를 제공하기는 어려웠고 그 외 달리 진정인이 단독으로 사용할 만한 공간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인권위는 "해당 조치가 피해자 보호 취지를 벗어나 징벌에 준하는 조치 또는 행위자에게 모멸감을 줄 목적으로 활용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




이관주 기자 leekj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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