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초대석]권준학 농협은행장, 취임식도 생략하고 농가 찾은 '현장 소통 금융맨'

발로 뛰며 체험한 부족한 부분
빅데이터 등 디지털서 해법 찾아
빅테크·핀테크와 제휴 확대 계획

[아시아초대석]권준학 농협은행장, 취임식도 생략하고 농가 찾은 '현장 소통 금융맨' 원본보기 아이콘


[아시아경제 성기호 기자]권준학 NH농협은행장은 소통의 달인으로 불린다. ‘고객·현장과의 소통’을 중시하는 경영 철학이 몸에 배인 탓이다. 새해 첫 날 취임식도 생략하고 행장으로서의 첫 외부일정도 청년 스마트팜 농가를 찾는 현장 경영 행보였다. 1월5일 첫 농가 방문을 시작으로 매월 수 차례 사업 현장을 직접 챙기며 금융지원을 위해 필요한 목소리를 듣고 실행에 옮기고 있다. 그의 ‘현장 중시 철학’은 내부적으로는 이미 정평이 나있다. 농협금융 경기영업본부장 재임 시절에도 영업점 현장 방문을 200회 이상 실시할 정도였다.


권 행장의 현장경영은 농협은행의 성장으로 이어졌다. 지난 1분기 농협은행은 409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둬들였다. 전년 동기 대비 29.6%(935억원) 증가한 규모다. 이는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과 비교해도 가장 돋보이는 성장률이다.

농협은행의 강점으로 ‘농산업 및 공공금융 부문의 경쟁력’을 꼽은 그는 수많은 현장에서 ‘수도권 인프라’의 부족함을 몸으로 체험했다. 소외받는 곳이 없도록 전국에 금융 지원을 하고 있는 ‘전국구’로서 최대 강점이 있지만 다른 은행에 비해 수도권에 지점이 적기 때문이다. 실제 농협은행의 비수도권 점포 비중은 지난해 말 기준 62.5%에 달한다. 평균 25~35%의 점포 비중을 가진 타 은행 대비 압도적으로 많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찾은 해법이 ‘디지털 금융’이다. 권 행장은 금융권에서도 빅데이터 등 디지털과 자산관리 분야의 전문가로 꼽힌다. 그는 "농협은행은 디지털 금융에 ‘고객 관점’을 더해 플랫폼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라며 "동시에 빅테크(대형 정보통신기업) 등과의 제휴를 통해 고객이 있는 플랫폼으로 찾아가는 금융 서비스를 제공해 (수도권 인프라 한계를) 만회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는 8월에 시행하는 마이데이터 사업에 적극적인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권 행장은 "빅테크·핀테크 업체와의 사업 제휴를 확대하고 협력을 강화할 계획"이라며 "무분별한 경쟁보다는 농협은행만의 강점에 집중해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하고 이들과의 협업을 통해 건강한 디지털 생태계를 조성하겠다"고 강조했다.

디지털 강화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우수한 인재 확보라는 판단에 채용 문도 넓혔다. 디지털 인재 영입을 위해 다양한 제도 도입도 검토 중이다. 앞서 농협은행은 지난해 선발했던 디지털·카드 분야 채용연계형 인턴직원을 5주간의 평가를 거쳐 정규직으로 뽑았다.


그는 "채용연계형 인턴직원 선발은 농협은행 디지털 전환(DT) 적시 대응을 위해 디지털 우수인재 선제 확보 차원에서 도입했다"며 "채용분야별 별도 역량 검증을 통해 인턴직원을 선발한 후 배치 부서에서 5주간 평가를 통해 디지털 역량 및 조직 적합도가 검증된 직원을 최종 정규직 직원으로 선발했다"고 설명했다.




성기호 기자 kihoyey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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