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한 기업규제탓…작년 제조업 일자리 7만2000개 해외로 빠져나가"

한경연 제조업 해외직접투자·외국인직접투자 통계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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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 기업을 옥죄는 각종 규제와 노동시장의 경직성 문제 등으로 지난해 7만개가 넘는 제조업 일자리가 해외로 빠져나갔다는 민간 경제연구기관의 주장이 나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은 제조업의 해외직접투자(ODI)와 외국인직접투자(FDI) 통계를 바탕으로 직간접 일자리 유발 효과를 추정한 결과 지난해 제조업 일자리 7만2000개가 해외로 빠져나간 것으로 분석됐다고 19일 밝혔다. 한경연은 "해외로 나간 제조업 일자리 7만2000개만 확보했어도 지난해 실업률이 4.0%에서 3.7%로 0.3%p 개선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10년간 제조업 직접투자 순유출 연 7조5000억원
"매년 4만9000명 고용기회 잃어"

지난 10년간 제조업 기업들의 해외투자가 국내로 유입되는 외국인투자를 크게 압도해 일자리 유출이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경연에 따르면 2011~2020년 제조업의 해외직접투자는 연평균 12조4000억원에 달한 반면, 외국인 직접투자는 해외직접투자의 절반도 안 되는 연평균 4조9000억원이었다. 같은 기간 제조업의 직접투자 순유출액(FDI-ODI)은 연간 7조5000억원 발생했고, 이에 따른 직간접 일자리가 매년 4만9000개(누적 49만1000개) 빠져나간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기준 업종별 해외직접투자액은 반도체가 2조6000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전기장비(2조3000억원), 자동차(2조2000억원) 순으로 높았다. 같은 기간 외국인직접투자액은 반도체 400억원, 전기장비 900억원, 자동차 4400억원 등으로 국내 기업의 해외직접투자보다 저조했다.


외국인 투자가 줄면서 지난해 기준 직접투자 순유출액도 반도체 -2조5000억원, 전기장비 -2조2000억원, 자동차 -1조8000억원 등으로 손실이 컸다. 직간접 일자리 유출 규모는 전기장비 15만5000명, 자동차 14만5000명, 식료품 9만3000명, 의약품 5만1000명, 반도체 4만9000명) 순으로 높았다. 이는 2011년에 비해 약 1.9~37.6배 증가한 수치다. 한경연은 "직접투자 순유출액이 높은 업종 중에서도 취업유발효과가 상대적으로 높은 전기장비, 자동차, 식료품 등의 일자리 유출이 두드러진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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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격한 노동규제, 국내 투자·고용 발목 잡아"

이처럼 국내 제조업 일자리가 해외로 유출되는 원인에 대해 한경연은 "한국의 각종 기업관련 규제, 그 중에서도 경직적인 노동시장이 국내 투자와 고용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캐나다 정책연구기관 프레이저 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한국의 노동시장 규제 관련 경제자유도 순위는 조사대상 162개국 중 145위로 노동규제가 매우 엄격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2019년 세계경제포럼(WEF)의 노동시장 경쟁력 순위에서도 한국은 조사대상 141개국 중 97위로 하위권이었다. 한경연은 "노동시장 경직성은 기업이 경영환경의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어렵게 만들어 성장을 저해하고 투자와 일자리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고 지적했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해외투자 증가를 나쁘게 볼 것이 아니라 그에 상응하는 국내 투자유입이 이뤄지지 않는 것이 문제"라며 "악화되는 국내 실업난을 해소하기 위해 경직된 노동시장과 각종 규제 때문에 해외로 빠져나가는 일자리는 막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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