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 '공·수 겸용' 비행기 원천 기술 세계 최초 발견

KAIST 최원호 교수 연구팀, 플라즈마 발사 때 액체 표면 안정화 확인
암세포 치료 등 의학, 생명, 바이오, 식품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 가능
"물 속 드나 드는 비행기, 정교한 암 수술 등에 활용 가능"

기체 제트의 이온화를 통한 액체 표면의 안정화를 모사한 삽화. 사진제공 = KAIST

기체 제트의 이온화를 통한 액체 표면의 안정화를 모사한 삽화. 사진제공 = KA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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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하늘은 물론 바다 속도 자유 자재로 질주하는 비행기, 인체 표면의 미세한 암 세포마저 정교하게 제거하는 수술. SF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이같은 '마법'의 원천 기술이 한국 연구진에 의해 최초로 발견됐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원자력및양자공학과 최원호 교수, 박상후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 박사 연구팀이 기체를 이온화시킨 플라즈마를 액체 표면에 분사하면 기체와 액체 사이 경계면의 유체역학적 안정성이 유지되는 현상을 세계 최초로 발견했다고 2일 밝혔다. 플라즈마(Plasma)란 기체가 높은 에너지로 가열돼 전하를 띄는 전자와 이온으로 분리된 상태를 말한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제조 공정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며, 형광등 내부나 네온사인, 공기청정기 등에서 접할 수 있다.

연구팀은 헬륨 기체 제트를 고전압으로 이온화시켜 얻은 플라즈마를 물 표면에 분사시켰을 때, 일반적인 기체와 액체 사이의 경계면에서보다 경계면이 훨씬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것을 발견했다.


예컨대 빨대로 물 표면에 바람을 불면 오목하게 들어가는 데, 바람을 세게 거품과 파장이 생기는 등 공기와 물 사이 경계면이 불안정해 진다. 번개구름인 뇌운(雷雲) 속의 빗방울처럼 강한 전기장 환경에 놓인 액체에서도 표면의 불안정성이 증가한다. 전기방사(electrospinning)에서 전기 유체역학적 불안정성(electrohydrodynamic instability)의 결과로 나타나는 테일러 원뿔(Taylor cone) 현상이 대표적 사례다.


그러나 만약 플라즈마화된 기체를 물 표면에 분사할 경우 물의 저항이 약화되면서 구멍이 더 깊게 파이고 거품ㆍ파장도 없어져 물과 기체간 경계선이 안정화된다는 사실을 연구팀이 확인한 것이다. '플라즈마 총알(plasma bullet)'로 불리는 고속의 이온화 파동과 전기바람(electric wind)이 물을 안정적으로 밀어내기 때문이었다.

이같은 연구 결과는 의학, 생명, 농업, 식품, 화학 등 다양한 분야의 학문은 물론 혁신적인 교통 운반 수단의 진화 등에도 활용될 수 있을 전망이다. 제트 형태의 기체를 액체 표면에 분사시키는 기술은 여러 산업, 과학 분야에서 활발히 쓰이고 있다. 그러나 기체 제트가 분사되는 액체 표면에서 유체역학적 불안정성이 증가하는 현상 때문에 널리 활용되지는 못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최 교수는 "항공기의 경우 아무리 공기 저항을 줄이기 위한 유체역학적 설계를 했더라도 일부분에선 공기 저항이 발생하는데, 플라즈마를 기체 표면에 흐르게 할 경우 공기 저항을 극적으로 완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며 "플라즈마 제트를 이용하면 피부 표면 등의 암 세포를 제거할 때 수분층의 방해없이 훨씬 정교하게 수술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지난 1일자로 기재됐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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