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구은모 기자]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지만 국내 사업자들은 넷플릭스의 강세에 밀려 국내 무대에서 좀처럼 주연으로 자리 잡지 못하는 모양새다. 이런 가운데 ‘스위트홈’ ‘승리호’ 등 이른바 K-콘텐츠의 경쟁력을 확인한 넷플릭스는 올해도 한국 콘텐츠에 공격적인 투자를 예고하며 무대 장악에 나설 태세여서 국내 OTT의 생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22일 모바일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에 따르면 올해 2월 기준 넷플릭스의 월 사용자 수(MAU)는 1001만3283명으로 지난해 1월(470만4524명)보다 113%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토종 OTT는 웨이브(394만8950명), 티빙(264만9509명), U+모바일tv(212만6608명), 시즌(168만3471명), 왓챠(138만5303명) 순으로 5개 플랫폼을 모두 합쳐야 넷플릭스와 견줄 만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OTT 플랫폼 산업에서 넷플릭스의 독주 체제가 심화되면서 국내 OTT의 경쟁력과 콘텐츠 제작사의 협상력 약화에 대한 우려도 동시에 커지고 있다. 플랫폼을 확산시키는 데는 킬러 콘텐츠의 역할이 중요하지만 플랫폼이 활성화된 이후에는 규모의 경제가 강하게 작용하는 플랫폼 산업의 특성상 플랫폼 쪽으로 협상력의 무게 추가 기울 수 있기 때문이다.
고정민 홍익대 문화예술경영대학원 교수는 “산업의 성장으로 신규 플랫폼 사업자들이 많아져 경쟁하면 콘텐츠 업체들이 높은 협상력을 행사하지만 이후 플랫폼 간 조정으로 플랫폼이 통합되고 안정화되면 플랫폼이 협상력을 행사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실제 넷플릭스는 막대한 자본력을 앞세워 독자적인 콘텐츠를 확보하며 국내 OTT 시장에서 영향력을 강화해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콘텐츠 제작구조와 수익분배구조도 바꿔나가고 있다. 올해에만 한국 콘텐츠에 5억달러(약 5500억원)를 투자한다고 밝힌 넷플릭스는 100% 제작비에 10~20%의 제작수수료를 통해 수익을 보장하는 방식으로 콘텐츠 제작을 제안하고 있고, 코로나19로 극장 개봉과 흥행이 어려워진 제작사들도 안정적인 수익 확보를 위해 이러한 제안을 받아들이고 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지적재산권(IP) 일체가 넷플릭스에 귀속되는 만큼 제작사들은 추가적인 수익창출을 기대할 수 없게 되고, 국내 콘텐츠 제작 역량이 넷플릭스에 쏠리면서 국내 OTT의 콘텐츠 경쟁력도 상대적으로 약화될 수 있다. 유창서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은 “현재는 한국시장에서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콘텐츠만 제작수수료 방식을 시행하고 있지만 향후 디즈니플러스 등 글로벌 OTT 기업이 진출할 경우 제작수수료 방식이 일반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국내 OTT가 글로벌 OTT와의 대결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국내 사업자간 연합을 형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다만 인위적인 인수·합병(M&A) 등이 이뤄지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국내 사업자간 협의체를 만들어 콘텐츠의 공동 투자와 제작, 유통, 수익분배 시스템까지 구축하는 것이 실질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성동규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지금처럼 국내 콘텐츠를 해외 OTT에 전부 판매하는 구조에선 국내 플랫폼의 경쟁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며 “상대적으로 적은 제작비가 투입되는 웹드라마 등의 각자도생은 장기적으로 경쟁이 되지 않는 만큼 콘텐츠를 공동 제작하고 국내 플랫폼에서만 유통하는 게 현재로선 유일한 대안”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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