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간 윤석열 “검수완박은 부패완판… 헌법정신 어긋나”

윤석열 검찰총장이 3일 직원과의 간담회를 위해 대구고검과 대구지검을 방문한 자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이 3일 직원과의 간담회를 위해 대구고검과 대구지검을 방문한 자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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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대현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이 여당의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치 추진에 대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은 부패를 판치게 하는 부패완판”이라며 반대 입장을 거듭 밝혔다.


윤 총장은 3일 오후 2시쯤 대구고등검찰청 및 대구지방검찰청 방문에 앞서 취재진과 만나 이같이 밝혔다.

그는 중수청 설립에 반대하는 취지를 묻는 질문에 “정치와 경제, 사회 제반 분야 있어 부정부패에 강력히 대응하는 것은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국가와 정부의 헌법상 의무”라며 “부정부패에 적법절차와 방어권 보장, 공판중심주의 등 원칙에 따라 법치국가적 대응을 해야 한다”고 답변을 시작했다.


윤 총장은 “이는 재판 준비과정인 수사와 법정 재판 활동이 유기적으로 일체돼야만 가능하다”며 “지금 진행 중인 검수완박이라 하는 것은 어떤 부패를 완전히 판치게 하는 ‘부패완판’”이라고 비판했다.


대검이 오늘까지 ‘중수청 설치’에 대한 전국 일선 검사들의 의견을 모으기로 한 것과 관련해선 “검찰 내부 의견들이 올라오면 검토할 것 같다”고 언급했다.

그는 여당이 중수청 설치를 강행할 경우 임기 전 총장직을 사퇴할 것인 지 묻는 질문엔 “지금은 그런 말씀을 드리기 어렵다”며 답을 피했고, 정치권 진출 의향에 대해서도 “이 자리에서 드릴 말씀이 아니다”라며 말을 아꼈다.


이날 윤 총장의 대구 방문은 지난해 2월부터 시작한 ‘전국 검찰청 순회’ 차원이다. 순회는 지난해 10월 윤 총장에 대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의 징계 청구와 직무배제 조치로 중단됐지만, 이날 대구고·지검 방문을 시작으로 재개됐다.


대검에 따르면 윤 총장은 장영수 대구고검장과 조재연 대구지검장을 만나 현안을 의논하고, 대구고법을 찾아 김찬돈 고등법원장을 예방한다. 오후 4시부터는 대구고·지검 직원들과 2시간 가량 간담회를 갖고, 기념촬영 및 저녁 만찬을 마친 뒤 오후 8시 쯤 서울로 복귀할 예정이다.


앞서 그는 2013년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원 댓글 특별수사팀장을 맡았다가 대구고검으로 좌천돼 2014년 1월부터 2년간 대구고검 검사로 근무한 경험이 있다.


이날 윤 총장은 “(대구는) 27년 전 늦깎이 검사로 사회생활을 첫 시작한 초임지”라며 “몇 년 전 어려웠던 시기에 2년간 저를 따뜻하게 품어줬던 고장이다. 떠나고 5년 만에 오니까 감회가 특별하고 고향에 온 것 같다”고 대구고·지검 방문 소회를 밝혔다.


전날 윤 총장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중수청 설치에 대한 명확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에 청와대는 “검찰은 국회를 존중해 정해진 절차에 따라 차분히 의견을 개진해야 한다”며 우회적으로 경고성 메시지를 보냈지만, 윤 총장은 이날도 한 언론사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수사·기소 분리’ 방안을 거듭 반대했다.


한편 대검은 법무부의 요청에 따라 중수청 설치에 대한 전국 일선 검찰청의 의견을 이날까지 취합해 제출할 예정이다. 이와 별개로 대검은 검찰의 공식 입장도 따로 내놓을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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